김종인의 분열적 발언 안타까워
4·7선거, 보수 중도 연합 첫 결실
국민의힘 안철수 윤석열은 보완관계
대선과 2024년 총선까지 이어가야
앞으로 3년간 우리 정치의 과제는 보수와 중도의 연합으로 가짜 진보를 몰아내는 일이다. 문재인 세력, 즉 가짜 진보가 차지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왼쪽 자리는 반문(反文)이면서 보수가 아닌 중도와 진짜 진보에 주어져야 한다.
문재인 세력은 단순히 야권으로가 아니라 야권에서도 가능한 한 주변부로 밀어내야 할 세력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야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전직 대법원장을 별것도 아닌 죄목으로 구속까지 하고 정치적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전전(前前) 대통령을 수감했다.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자신들이 내세웠던 검찰총장이 똑같은 칼을 살아있는 권력에 들이대자 그마저 사실상 쫓아냈다. 외국에서도 이 정권의 독재적 본색(本色)을 서서히 알아채고 있다.
독재라도 박정희 독재와 문재인 독재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박정희 독재가 유능했던 반면 문재인 독재는 무능하다. 이 정권 들어 외교 국방 경제를 막론하고 국정의 전 분야가 망가졌다. 우리나라는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동맹에서 서서히 배제되고 있으며 군은 북한의 핵위협에 무력한 채 실전훈련도 못하는 오합지졸이 됐고 경제는 집 없는 국민을 벼락거지로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방역 하나 영업의 자유이고 보상이고 무시하고 마구 틀어막는 방식으로 성공하나 싶더니 그마저도 전문성이 필요한 백신 접종 단계에 와서는 파탄에 직면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는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이른 긴 여정의 출발에 불과하다. 가짜 진보를 몰아내려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부 권력을 바꾸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2024년 4월 총선에서까지 승리해 국회 권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 승리가 보수 단독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정치의 한 당사자가 아니라 정치 전반에 의미를 가지려면 보수·중도 연합으로서의 승리여야 한다.
내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어느 후보가 오세훈처럼 갑자기 떠서 집권하느냐, 안철수가 집권하느냐, 윤석열이 집권하느냐는 국민에게는 부차적일 뿐이다. 서울시장이 오세훈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국민에게는 부차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존중하는 세력의 단합된 힘으로 가짜 진보를 몰아내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는 자기 쪽이 권력을 쥐는 것 못지않게 자기 쪽이 권력을 내줄 때 신뢰할 수 있는 상대편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 상대편이 중도와 진짜 진보가 되도록 정치판을 재편하지 않으면 보수와 가짜 진보가 소모적으로 싸우는 과거 정치로 돌아간다.
눈앞의 자기 이익에 급급한 정치기술자에게는 이런 큰 정치적 소명(召命)은 아예 생각할 거리도 되지 않는 모양이다. 오세훈은 김종인이 선택한 후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상급식 반대를 트집 잡아 구박하던 후보였다. 그가 지금 와서는 오세훈이 당선된 것이 자기 덕분인데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징징거리고 있다. 그가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홍준표와 비주류로 밀려난 김무성파가 당을 흔드는데도 중심을 잡고 서 있었으니 그의 덕분이라는 게 작은 사실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큰 진실은 오세훈이 아니라 안철수가, 아니 다른 누가 야권의 단일화 후보로 나왔어도 서울시장이 됐으리라는 것이다.
4·7 재·보선은 국민의힘과 안철수가 가진 힘의 벡터가 합세해 작용하고 장(場) 밖에서는 윤석열이 지원함으로써 승리한 선거다. 국민의힘, 안철수, 윤석열 다 일정한 한계가 있다. 윤석열이 ‘별의 시간’을 맞은 듯하지만 막상 정치판에 나와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3자는 서로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이 있음이 4·7 재·보선에서 드러났다. 이런 가능성을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지는 못할망정 고마워해야 할 사람에게 건방지다는 망발을 늘어놓는 게 딱 정치기술자 수준의 인간적 품성이다.
반문 연합이 꼭 합당이란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가짜 진보가 쫓겨난 후에는 보수, 중도, 진짜 진보가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철수류의 중도와 진중권류의 진짜 진보는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줬다. 이들과 정화(淨化)된 보수 세력 사이에는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좌우(左右)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그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