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刺史)로 부임하는 친구에게 바치는 송별의 노래. 시인은 친구가 도착할 부임지의 풍경을 상상한다. 거목들이 우뚝한 첩첩산중, 두견새 울음이 메아리치는 숲속에 비라도 내리면 산등성이나 절벽에서는 샘물처럼 물이 콸콸 쏟아질 테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빽빽한 숲에 가려져 마치 나무 끝에서 샘물이 솟아오르듯 장관을 이루겠지. 남쪽 풍속은 이곳 중원과 달라 분명 고충도 따를 거야. 여자들은 거친 무명베를 짜서 세금으로 내고 남자들은 좁은 땅에 토란 농사 짓느라 다툼이 잦다고 하더군. 세금과 송사(訟事)는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던가. 워낙 낙후했던 그곳은 한나라 때 문옹(文翁)이 태수로 있으면서 사람들을 잘 교화하는 등 큰 업적을 쌓았다니 그분의 행적을 본보기로 삼게. 하나 그 성과만 믿고 나태해지지는 말게.
여느 송별시처럼 작별의 시간과 장소, 석별의 아픔이나 재회의 기대감 따위를 토로하는 대신 시인은 현지 자연 풍광을 한 폭의 산수화로 그려냄으로써 험지로 떠나는 친구를 위로한다. 이질적인 풍속에 대한 자분자분한 설명과 직무에 충실하라는 은근한 독려에서 시인의 웅숭깊은 속내가 묻어난다. 인생 행로의 듬직한 동반을 확인하면서 두 사람은 흔연히 작별 인사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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