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北, ‘SLBM 3기 탑재’ 3000t급 신형 잠수함 건조 끝낸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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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잠잠한 北, 물밑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새로 건조한 디젤 추진 방식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진수식만 앞둔 이 잠수함이 SLBM 3기까지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새로 건조한 디젤 추진 방식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진수식만 앞둔 이 잠수함이 SLBM 3기까지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쳐
신규진 정치부 기자
신규진 정치부 기자
《북한은 일각에서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던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전후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력 증강 수준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우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진수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SLBM 발사 준비는 현재진행형


최근 한 달 새 포착된 북한의 SLBM 관련 동향은 심상치 않았다. 6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는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이 기존 정박장을 떠나 선박 건조시설에 인접한 부유식 드라이독(선박 건조·수리 구조물)에 접안했다. 이어 10일엔 바지선 안에 설치돼 있는 미사일 발사관(캐니스터)을 교체 및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지선이 정박장 밖으로 나온 건 SLBM인 ‘북극성-1형’의 2016년 시험발사 때밖에 없었기 때문에 SLBM 시험발사가 임박한 정황으로 읽혔다.

바지선은 기존 정박장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최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에서도 이와 유사한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0일 이달 들어 여섯 차례 촬영된 남포조선소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에 미사일 발사관으로 추정되는 ‘원통형 물체’가 방수포에 덮인 채 설치된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올해 1월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4형’과 ‘북극성-5형’ 등 신형 SL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신형 SLBM은 열병식에서 공개만 하고 실제 발사한 적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감행할 ‘전략 도발’의 최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북한은 그간 북극성-1형, 3형에 대한 수중사출 시험을 통해 ‘콜드론치’(냉발사체계·발사관에서 공기 압력으로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 등 SLBM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잠수함 수중사출 시험 전 단계인 ‘바지선에서 신형 SLBM 수중사출 시험’을 감행할 것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북극성-4형’을 공개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선보인 ‘북극성-5형’은 길이는 4형과 비슷하지만 탄두부와 직경이 커진 것으로 분석돼 탄두 중량과 사거리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싣고서도 같은 사거리를 날아가거나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는 것. 북한이 여러 발의 핵을 싣고 최대한 멀리 날아가는 ‘다탄두 SLBM’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동해에서 고각으로 신형 SLBM 시험발사를 진행한 뒤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발사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내륙을 관통하는 사거리 향상을 과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진수식만 앞둔 신형 SLBM 잠수함


북한은 SLBM 시험발사 준비와 함께 SLBM 탑재가 가능한 새 잠수함 건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SLBM(북극성-1형) 시험발사에 사용한 잠수함은 2016년 8월 신포급(2000t급)이 유일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신호정보(시긴트) 등을 종합해 최근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30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 건조를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019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할 때 등장했던 그 잠수함이다. 로미오급(1800t급) 개량형으로 SLBM을 3기까지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보다 규모가 큰 또 다른 신형 잠수함 건조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미 당국은 이 신형 잠수함은 SLBM을 6기가량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길이도 로미오급 개량형(80m)보다 긴 90m 이상으로 배수량은 4000∼5000t급으로 추정된다. 3200t급인 우리 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보다도 규모가 큰 것. 정부 소식통은 “신포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진 않다”며 다른 조선소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잠수함 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3000t급 신형 잠수함은 핵잠수함으로 가는 교두보다.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은 핵잠수함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김 위원장은 1월 당 대회에서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 사실을 공식화한 바 있다. 핵탄두 SLBM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은 미 본토 해안까지 은밀히 침투해 핵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당시 김 위원장은 “새 핵잠수함의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라고 직접 언급해 이르면 연내 최종 설계를 끝내고 건조에 착수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북극성-4형, 5형 등 새 SLBM을 먼저 신형 잠수함에 실어 충분한 실전 운용을 거친 뒤 핵잠수함이 개발되는 즉시 이를 전력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 이달 말 도발 중대기로 될 듯


군 안팎에선 북한의 향후 도발이 북극성-4형, 5형을 바지선에서 시험발사하거나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을 진수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변수는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 발표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새 대북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이달 중 발표를 예고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23일(현지 시간) “대북정책 발표에 특정한 시간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도 북한 움직임을 보며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이달 말 평양에서 열리는 제10차 청년동맹대회를 기점으로 북한의 군사적 활동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500만 명(만 14세부터 30세)이 소속된 당 외곽조직인 청년동맹대회를 성대하게 치르면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퍼레이드 등 행사 준비 동향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새 순항미사일이나 지난달 25일 발사한 KN-23 개량형 등 기존 대남 타격 무기들을 다시 시험발사하는 도발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북한#도발#물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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