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요 16개 대학들이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학입시의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어제 발표한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에 따르면 서울대는 정시모집 비율을 전년도보다 10.1%포인트 늘린 40.2%로 확정했다. 다른 대학들의 정시 비율도 40∼45.9%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평균 2.9%포인트 높아졌다.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학에 따라 정시 선발 비중은 5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수시 선발 확대 기조에 역행해 정시모집 비율을 늘린 이유는 교육부의 정시 확대 권고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수능 문제풀이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시 비율을 30%로 권고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수시 입시 비리가 드러나자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를 명분으로 2023학년도 정시 비중을 거꾸로 40%까지 늘려 발표했다. 조국 사태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정시 축소 기조를 뒤집고 정시 비중을 1년 만에 10%포인트나 늘려놓은 것이다.
문제는 2025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2028학년도부터는 대입 제도가 다시 크게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다양한 교육 과정을 선택해 배우는 제도로 2018년부터 전국 700여 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수시모집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정부가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입 제도는 초중고교 교육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입시 제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뒤집힌다면 학생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정책의 신뢰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학생 선발권을 쥐고 혼란만 초래하는 정부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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