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멩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멩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입지 않는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넘어가는 수면 위의 줄글을 다 읽기는 하는 건지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다 바닥이 깊고도 높다 ―권정우(1964∼)
매년 5월이 되면 정신이 확 든다. 벌써 2021년도 이만큼이나 갔구나 싶어서 마음이 급해진다. 인간관계도 돌아보게 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챙길 일이 많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애틋한 건 어버이날이다. 부모님과 몇 해나 더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5월의 찬란함은 좀 서럽다. 부모님 없이 맞는 어버이날은 더 서러울 것이다.
좋은 사람 되기란 힘들고, 좋은 부모 되기는 더 힘들다. 그 어려운 걸 수많은 부모들이 결국 해낸다. 그들이 사회에서 무명씨라 해도 자식에게는 하나뿐인 영웅이고 전설이다. 어버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물으신다면 오늘은 ‘저수지’만큼, 이라고 대답하겠다. 권정우 시인의 시 ‘저수지’를 읽으면 저것이 바로 닮고 싶고, 담고 싶은 부모님 마음이겠거니 싶다.
어머니와 싸우며 모진 말도 뱉었을 때, 어머니는 내가 뱉은 말을 주워서 삼키셨다. 아버지에게 바락바락 대들 때, 아버지는 소뿔 같은 말에 치받히면서도 피하지 않으셨다. 권 시인이 바라본 저수지도 마찬가지여서 모난 것, 검은 것까지 다 품어낸다. 이것저것 다 안으면서도 품은 것들에게 상처주지 않는다. 낮은 자리에서 가라앉은 것들까지 끌어안아도 넘치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5월에는 ‘저수지’라는 제목을 ‘어버이’라고 읽고 싶다. 내 영웅의 이름을 그 자리에 놓고 싶다. 우리도 저수지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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