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말에 속는다[임용한의 전쟁사]〈160〉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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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는 최강이다. 그리스 전쟁사, 중장보병의 실루엣과 청동 창과 방패의 충격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파르타에 매료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최강’이란 단어에 메스를 대 보자.

전술적으로 분석하려면 스파르타군이 최강이 아니라 스파르타군이 최강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인 요소로 지형, 상대의 병종, 전술목표를 들 수 있다. 시가에서 청동의 대열을 형성하고 경보병이나 다른 도시의 중장보병을 막아내는 전투라면 스파르타는 최강이다. 평원에서 중장보병끼리 승부를 겨룬다면 최강일 수 있다. 경보병이 돌파를 시도한다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경보병 게릴라 부대를 추격해 섬멸하는 작전이라면 중무장을 하고 느린 중장보병은 쫓아갈 수가 없다. 그리스는 아무리 평원지대라도 조금만 이동하면 바위산 돌산을 만날 수 있다. 경보병이 그 비탈로 뛰어 올라가면 추격은 고사하고 보기 좋게 패배할 수도 있다. 비탈에 흔한 어린아이 머리만 한 돌은 중장보병의 방패와 투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사막에서 유목기병을 만난다면, 밀집대형을 펼칠 수 없는 숲에서 바바리안 전사들에게 둘러싸인다면, 스파르타와 똑같이 아니 더 뛰어난 체격조건을 갖추고 고도의 훈련을 받은 중장보병대와 마주한다면…. 스파르타군이 약한 군대가 될 조건은 수도 없이 많다.

마키아벨리는 용병은 돈을 위해 싸우고 시민군은 가족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대제는 이 설을 한마디로 반박했다. 시민군도 부랑아, 낙오자로 채우고, 훈련과 규율이 없으면 용병과 다름없다.

프리드리히도 인정했지만 사람들은 마키아벨리식의 말에 너무 쉽게 속는다. 실상을 보지 않고 단어에 가치를 부여하고 성급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유, 공정, 정의, 평등, 세금, 우리가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일수록 옳게 작동하는 환경, 조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돌에 황금이란 레테르(상표)를 붙인다고 황금이 되지 않는다.

임용한 역사학자
#스파르타#그리스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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