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2.3% 상승했다고 통계청이 밝혔다. 원유 등 원자재 값과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인 2%를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물가를 계속 자극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지게 된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불황 속 고금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서민 살림은 물가 상승만으로도 직격탄을 맞았다. 파 계란 고기 등 밥상 물가는 물론이고 기름 값과 수도요금까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서민들은 생계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 시간)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나스닥지수가 2% 가까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외국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은행은 아직 금리 인상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중 금리는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개월 연속, 신용대출 금리는 2개월 연속 올랐다. 이자 부담이 늘었는데도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7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의 영향이 컸지만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는 ‘빚투’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 대출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고 하반기엔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득 감소와 부채 증가 등으로 취약해진 가계 형편을 고려할 때 지나친 낙관은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가계가 늘어난 이자에 짓눌리면 내수 침체와 금융 불안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확장 재정으로 퍼붓는 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과도한 돈 풀기를 자제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도 금리 인상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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