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날리는 강변에서 가는 봄을 바라보며 술로 시름을 달래는 시인. 꽃잎 하나 떨어져도 봄기운이 퇴색하려나 싶은 터에 수만 조각이 바람에 흩날린다. 꽃비의 향연은 상춘(賞春)의 절정이기도 하련만 시인에겐 외려 상춘(傷春)의 가슴앓이가 되고 있다. 스러져가는 꽃잎마다 눈길을 주며 시인은 하릴없이 술을 마신다. 몸 생각하지 않고 흠씬 술 마시는 이유가 저무는 봄 탓만은 아닐 터, 시인은 왜 이리도 시름겨워할까. 사람 살던 집엔 새가 둥지를 틀었고 무덤을 장식했던 기린 석상마저 허물어져 폐허가 되었다. 삶의 터전, 생활의 공간이 황량한 살풍경으로 변한 것이다. 이 낭패한 현실 앞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까. 곰곰 따져보니 허명(虛名)의 올가미에 얽매지 않고 즐거움이든 영화든 제때 향유하는 게 당연한 세상 이치인 듯싶다.
이 무렵 두보는 황제에게 간언하는 좌습유(左拾遺) 직책을 맡았지만 매사가 여의치 않았고 급기야 좌천 위기에 몰렸다. 저무는 봄날을 핑계로 자신을 음주에 내맡기고 또 인생을 즐기자고 스스로를 다잡는 이면에는 내면의 울분을 애써 감추려는 안타까움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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