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그제 “시장의 ‘위험선호 현상’이 사라지면 자산가격이 상당히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루 전엔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장이 개인투자자의 초단기 투자 규제 방침을 밝혔다.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 모른다”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발언에 이어 사흘 연속으로 미국 경제 최고위 관계자들 입에서 자산과 실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이다.
연준 금융안정보고서의 표현은 직설적이다. “높은 자산가격은 일정 부분 낮은 국채수익률(이자율)을 반영하지만, 일부 자산의 평가가치는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도 높은 상태”라고 했다. 역사상 최고점에 올라선 증시 등 자산시장이 향후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미국 개인투자 붐을 이끈 무료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를 겨냥해 “주식투자를 게임처럼 만들었다”고 비판한 겐슬러 위원장의 발언도 주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행동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미 금융당국이 과도한 시장 열기를 빼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의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경기회복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져 당초 내년 말로 예상됐던 양적완화 축소, 금리인상 시점이 이르면 연내로 앞당겨질 것이란 시장 예상과도 일치하는 흐름이다. 3월 2.6%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이후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984년 이후 처음 7%대에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회복세는 뚜렷하다.
미국 경제가 방향을 바꾸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저금리에 기댄 ‘영끌’ ‘빚투’로 2030세대들이 주식, 가상화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자산 거품이 더 커지고 있다. 1분기 서울 아파트, 오피스텔 매입자 중 20, 30대가 37%나 될 정도로 주택 ‘패닉 바잉’도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 작년 말에 이미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바짝 다가서는 등 위험수위를 넘긴 가계부채가 개인들의 삶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늘고 있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등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 거품 붕괴 시대에 대비해 체력을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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