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기한은 14일까지다. 문 대통령이 “검증실패가 아니다”며 이들을 직접 옹호한 만큼 3명 모두에 대한 임명 강행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도 맞물려 ‘강대강’ 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도덕성 문제는 청와대의 사전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내용들이다. 문 대통령이 더욱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국비 지원을 받은 해외 세미나에 여러 차례 남편과 두 딸을 동반하고 제자 논문에 남편을 10여 차례 공동 저자로 올린 사실이 드러난 임 후보자는 이번 개각의 유일한 여성 후보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과학기술 행정의 수장을 맡기에 적절치 않다. 박 후보자 배우자의 영국산 도자기 대량 반입 및 판매 의혹은 관세법 위반 등 법적인 혐의를 따져봐야 한다. 노 후보자의 세종시 아파트 ‘관사 테크’ 논란도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 “인사청문회가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주기식이라 좋은 인재를 발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렇다 해도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를 29명이나 임명해 온 것은 지나치다. 민주당 대표 시절 “야당을 무시한 인사 불통에 분노한다”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해 놓고는 집권 후 2018년엔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일을 더 잘한다”며 인사청문회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발언도 했다. 야당도 정치공세를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 후보자와 달리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30년간 공직생활을 하시면서 깔끔하게 하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한 걸 보면 야당이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것도 아니다.
장관 임명 문제는 이제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여야 모두 원내지도부를 새로 구성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일방통행 국정운영을 지속할 것이냐,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일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국민들의 도덕성 눈높이를 감안할 때 적어도 임,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인사 불통은 임기 말 국정운영의 큰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돼서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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