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스스로 질문할 시간[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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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뭘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소녀시대 써니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털어놓았다. 그룹 활동을 하며 팀에 맞춘 목소리를 내다보니 솔로로 서는 것에 대한 고충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자신을 두고 “다시다 같은 존재였다”고 비유했다. 주말에 강혁진 ‘월간서른’ 대표가 쓴 ‘눈떠보니 서른’을 읽다가 이 방송 클립을 찾아보게 되었다. 강 대표는 직장생활도 어쩌면 ‘다시다 같은 생활’일지 모른다고 말하며 써니가 하는 고민을 많은 직장인들도 하게 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 말한다.

써니는 30대 초반이다. 난 더 이상 30대는 아니지만, 30대를 보내고 있는 직장인을 만나면 그가 30대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잘 보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30대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자기 취향과 전문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대에는 취업과 직장생활 적응에 많은 신경을 쓴다. 주된 직장을 떠나게 되는 한국인 평균 나이가 49세인 것을 감안하면 30대에는 모험이나 실험, 변화를 통해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찾아가는 시기가 아닐까.

송예진가죽공예학원을 운영하는 송예진 대표는 회사를 다니다가 오랜 취미인 가죽공예를 하기 위해 퇴사했다. 송 대표는 강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위해 쓰는 시간을 당신의 삶이나 당신이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한다면 절대 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를 쓴 김유미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을 하기 위해 퇴근 시간이 정확한 회사를 선택했다. 지난주 김 작가의 전시장을 찾아 구경했다. 그는 벌써 수년째 전문 화가로서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하면서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작품에는 적지 않은 가격표도 붙어 있었다.

이직이나 퇴사를 해야 할지, 퇴직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물어야 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게 정기적으로 월급을 주는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이고, 또 하나는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회사를 계속 다니든 퇴직을 하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찾아낸 공통점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질풍노도의 30대입니다만’을 쓴 김희성 작가는 남의 시선에 유난히 신경 쓰던 20대에는 남들과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은 몰랐다고 말한다. 그는 30대가 되면서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 즉 혼자 하는 시간을 늘렸다.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익혀야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갈 수 있고, 그래야 자기만의 취향과 전문성을 찾아갈 수 있다.

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비행기 공포증이 있단다. 하지만 그는 “난기류는 불편한 것이지 위험하지 않다”라는 말을 인상적으로 듣고 기억한다. 비행기가 흔들릴 때 추락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두렵더라도 여행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대목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면 실험이나 모험을 해봐야 하는데, 예상되는 각종 어려움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많은 경우 환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써니의 고민으로 돌아가 보자. ‘뭘 좋아하는지’는 자기 자신과 대면하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찾아낼 수 있다. 때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뭘 잘하는지’는 직장인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지”와 연결된다. 나는 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발전할 수 있고, 언젠가 직장을 떠나는 순간이 오더라도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실험을 통해서 가능성을 찾아보아야 한다.

30대에는 써니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자기 나름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이상 30대는 아니지만 나도 이 질문을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서른#질문#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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