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 정부 들어 신설해 한시적으로 운영해온 ‘기업집단국’을 정규 조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기업 기업집단을 지정해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는 조직을 상설화함으로써 대기업들을 더욱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들의 경영방식은 예전과 현저히 달라졌는데 정부의 기업 규제는 오히려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그제 “행정안전부로부터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정규 조직이 됐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 기업집단국은 전임 김상조 위원장이 현 정부 출범 첫해에 기존 조사국을 확대해 만들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대기업 공익재단 실태조사 등에 기업집단국을 투입했다. 김 위원장 말대로 “재벌들 혼내 주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조직인 셈이다.
기업집단국의 강화는 국내외 기업환경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를 상대로 사업하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투자와 연계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는 이런 변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재계 40위 안에 진입한 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 정보기술(IT), 게임 기업들은 태생부터 투명한 지배구조와 수평적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한국식 ‘갈라파고스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 한국처럼 기업의 지배구조나 사업내용과 무관하게 자산 5조 원 이상과 같은 획일적인 외형을 잣대로 들이대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국내용 규제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해외에 나가 높은 성과를 올리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최근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대상 기업 수가 80여 개로 비슷한 법을 마련하는 유럽연합(EU)의 10개, 일본의 5개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이란 본분을 망각하고 규제 대상 확대와 권한 강화에만 골몰한다면 공정위의 존재 가치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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