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배우자의 영국 도자기 밀반입 논란에 휩싸인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자진 사퇴한 직후였다. 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총리 인준과 장관 임명은 별개라며 반대했다.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인준 표결안을 직권 상정했다. 표결에 불참한 야당은 ‘인사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여당은 상임위에서 임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도 단독으로 채택했다. 앞으로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방미를 앞두고 총리 공백 상태를 무작정 방치할 수 없어서 총리 인준 표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정세균 전 총리가 대선 행보를 위해 후임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총리 공백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든 책임은 여당에 있다. 야당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여권은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카드를 총리 인준 표결을 강행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지목한 부적격 장관 후보자 3명 중 1명을 낙마시켰으니 이 정도의 일방 처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임혜숙 후보자의 경우 국비 지원을 받은 해외 세미나에 여러 차례 남편과 두 딸을 동반하고 제자 논문에 남편을 10여 차례 공동 저자로 올리는 등 장관으로 임명할 만한 도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임 후보자 등에 대한 검증이 부실해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겸허히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중요한 공직 인선을 놓고 한 개 내줬으니 나머지는 없었던 일로 하자는 식의 거래로 마무리하려는 정치적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 송부 재요청을 하면서 부적격자 3명 전원 임명을 강행하려는 뜻을 접은 것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결정은 여당 초선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서 마지못해 한 것으로, 처음부터 협치의 대상인 야당은 안중에 없었다. 여권이 박 후보자 자진 사퇴 카드를 던져 이번 청문회 정국을 무난히 수습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결코 정치적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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