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지러지면 잠시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해도 빛을 발산하는 본질은 둥글게 차 있을 때나 다름없다. 끊임없이 쇠를 달구고 담금질하고 두드리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탄생하는 보검도 마찬가지다. 모진 단련을 다 극복하고 벼려냈기에 부러지더라도 강한 재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지조 있는 선비의 품성은 바로 달과 보검의 이런 속성에 비견될 만큼 시종여일 변함이 없다. 시련과 고난에도 본바탕은 한결같기에 막강한 권력과 재물 앞에서도 지조를 굽힐 줄 모른다. 목숨을 내놓을지언정 떳떳하지 못한 삶을 좀스럽게 이어가진 않는다. 지사를 자처하지만 강직한 기품을 보여주지 못하고 권세에 아부하는 주변 선비들에게 시인은 자못 실망한 듯하다. ‘고의(古意)’를 시제로 잡은 데서 시인의 그런 실망감이 엿보인다. 본보기로 삼을 만한 옛 선현의 교훈이나 훌륭한 뜻을 현재와 대비하여 되짚어보자는 의도를 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2900여 수의 다작을 통해 다양한 시풍을 보여주었던 매요신. 그에게는 특히 송대 풍자시의 전통을 열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권세가 산을 압도할 듯 막강한’ 권신들의 횡포를 그는 ‘꼬리를 흔들어 깃발로 삼고 이빨을 갈아 칼날로 삼는’ 맹호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패기야말로 강직한 선비가 보여주는 지조의 육화(肉化)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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