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투자의 성패는 누가 먼저 샀느냐가 관건이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하루라도 먼저 산 사람이 큰 수익을 얻었다. 너무 신중했거나 망설였던 사람들은 아쉬움만 가득하다. 이런 아쉬움이 ‘벼락부자’ ‘벼락거지’ 같은 말을 만들어냈고 투자가 위험한 게 아니라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은 ‘나의 모든 것을 투자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해 본다는 게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보유한 연금자산 역시 단순히 적립하기보다는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에 가입했거나 세액공제 등의 목적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했다면 다양한 투자상품을 통해 연금을 불려 나갈 수 있다. 지금부터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나가는 데 필요한 질문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 연금 투자,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법
가장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은 “‘연금도 투자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가”이다. ‘아니요’를 골랐다면 더 물어볼 게 없다. 내 연금에 관심을 두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 답도 존중받아야 할 좋은 생각이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을 확실하게 지켜 퇴직할 때 연금자산이 얼마가 될지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는 것도 투자철학이다. 투자는 투자자금으로 열심히 투자하고, 노후자금인 연금은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확실한 금액을 확보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선택했다면 두 번째로 던져야 할 질문은 “원리금을 보장해주지 않는 상품의 투자 비율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다. △100% △70% △50% △30% 등 네 개의 선택지가 있다. ‘100%’라고 답했다면 자산운용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해 보자. DC형이나 개인형 IRP는 위험자산(주식혼합형 이상)의 투자 비율을 70%로 제한하고 있다. 향후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30%는 안전자산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TDF는 100% 편입이 가능하다. TDF는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맞춰 자동으로 자산 비중이 조절되는 펀드다.
‘70%’를 골랐다면 투자 성향은 ‘적극투자형’이다. ‘50%’는 ‘위험중립형’이고 ‘30%’는 ‘안정추구형’이다. 투자에 연령을 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70%는 은퇴가 20∼25년 정도 남은 30대에게 추천한다. 연금의 3분의 1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3분의 2를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이상적인 비율이다. 50%는 은퇴가 10∼15년가량 남은 40대에게, ‘30%’는 은퇴가 5∼10년 정도 남은 50대에게 적합하다. 연금 수령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용해 연금 수령액을 예상하고 그에 맞춰 노후 계획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의 비중은?
세 번째 질문은 “원리금을 보장해주지 않는 상품의 비율에서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의 비중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이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비율을 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과 안정적인 채권 사이에서 또 선택을 해야 한다.
하나의 선택지는 주식형 상품들로만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주식형은 주식 비율이 60% 이상인 상품으로, 세부적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코스피 등 각국의 주가지수 성과를 그대로 따라가는 인덱스형 상품과 특정 섹터, 테마를 반영하고 있는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상품보다는 국내외 인덱스형 상품과 유망한 산업·기업을 보유한 상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높아진 주가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선택지는 주식형 상품과 채권형 상품을 적절히 나눠 안정적으로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다. 채권형은 채권 비율이 60% 이상으로 채권 매매·이자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앞으로 경기 회복에 따라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보다는 단기 채권으로, 채권 이자 수익에 더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아 보인다.
마지막 선택지는 주식형, 채권형 상품에 혼합형 상품까지 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에 투자하면서 일부를 주식, 배당주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품들이 혼합형 상품이다. 주식, 채권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효율적인 배분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을 말한다.
○ 일희일비보다 장기적 안목이 중요
이달 들어 경기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은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가, 고용 등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경기가 그만큼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반대급부적인 조치도 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유명한 기술적 분석가인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사계절’에 맞춰 현재 어느 시점에 있는지 생각해 보면 투자를 보는 관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금융시장은 ‘금융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말한다. 항상 이론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 장세로 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실적 장세 이후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다. 실적 장세가 금방 끝나고 바로 ‘역금융 장세’로 간다고 보는 이들도 있고 실적 장세가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자신의 논리를 갖고 전망할 때 확신이 서고 흔들리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연금 투자에 있어서도 단기적인 시황보다는 금융시장의 사이클 관점에서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보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