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기하고 있다. 이달 3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이 32.5%로 나타난 반면 다음 날인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22%였다. 8일 진행된 피플네트웍스 조사에서는 34.3%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매일 등락을 거듭한다는 것일까? 올해 1월 1일 이후 5월 11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74개의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를 모두 취합하여 조사기관이 시기별로 보이는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후보별 지지율을 추정했다. 흥미롭게도 자동응답방식(ARS) 조사냐 면접 조사냐에 따라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면접 조사보다 ARS 조사에서 평균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5월 첫 주를 기준으로 보면 ARS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약 34.7%로 추정되었으나 면접 조사에서는 약 21.5%로 약 13%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와 피플네트웍스 조사는 ARS, 한국갤럽 조사는 면접 조사였다. 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같은 날 실시했으나 상이한 결과를 보인 두 조사도 하나는 ARS(32.1%), 다른 하나는 면접 조사(23.4%)였다.
이 같은 차이의 배경에는 보수 성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샤이 보수’ 현상이 있을 수 있다. 사회 분위기상 보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참여에 소극적이라면 면접원과의 직접 통화가 필요한 면접 조사 지지율이 ARS 조사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뿐 아니라 소위 ‘친문’ 후보로 여겨지는 이낙연 전 총리 지지율도 ARS 조사 결과(11.4%)가 면접 조사(6.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동일한 방식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 임기 초에는 ARS보다 면접 조사에서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높아 ‘샤이 보수’ 현상이 뚜렷했으나 현재는 이런 현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따라서 ‘샤이 보수’ 가설이 윤 전 총장 지지율의 조사 방식 간 괴리를 설명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셈이다.
5월 첫 주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은 ARS(26.2%)와 면접 조사(25%)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면접 조사에선 지지 후보를 밝히기 꺼리는 현상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중 반(反)이재명 감정이 없는 유권자들은 이미 이 지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이탈한 유권자들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ARS는 면접 조사보다 정치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유권자층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중도에 가까운 유권자 면접 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상당수가 아직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실제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유권자 비율은 면접 조사가 ARS 조사보다 훨씬 높았다(5월 첫 주 기준 33.5% 대 10.3%).
대선후보 여론조사 널뛰기는 이처럼 롤러코스터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 널뛰기 현상 이면에 유권자들의 고심이 있다. 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아직 야권 후보군 중 어느 한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표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행간을 잘 읽어야 이들의 고심과 원하는 방향이 제대로 보인다. 이 유권자들이 바로 내년 대선의 ‘킹메이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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