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조직에 찍혀 검사를 그만뒀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선 실세 정윤회의 국정 개입 의혹을 보고했다가 거꾸로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해임되고 기소까지 당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덕(?)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됐지만 잦은 쓴소리로 강성 지지층에서 “차라리 나가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공천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의원) 안 하면 그만이지 할 말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인데 마음고생은 없나.
“답답한 건 있는데… 동료들 중에 강성 의원들을 보면 ‘왜 민심을 저렇게 해석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서울시당에서 큰돈을 주고 저명한 곳에 의뢰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를 보고도 그러니까.” (민심은 언론을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거야 항상 언론지형이 기울어졌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니 안 듣는다 쳐도 서울시당에서 만든 보고서를 보고도 왜 그러는지. 그리고 당도… 가치를 추구하고 기득권을 깨자는 건 좋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는데도 여전히 비주류로 인식하고, 기득권 집단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그런 게 좀 힘들다.”
※FGI 보고서는 선거 패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무리한 검찰개혁, 부동산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내로남불에 편 가르기 등을 꼽았다.
―검찰, 청와대, 당 등 늘 조직에서 싫어하는 일을 하는 이유가 뭔가. 검찰 힘 빼는 일에 앞장선 검사를 조직이 좋아할 리가 없을 텐데.
“그 때문에 결국 검사를 그만뒀는데… 난 원래 판검사 비리를 전담하는 법조비리수사처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참여정부 공약이었고, 당시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가 주도했는데 거기에 파견되다 보니….” (자원했나.) “자원했다기보다는 이리저리 보니 내가 갈 차례인 것 같고, 생각도 있었고, 마침 김성호 부방위 사무처장과 인연도 있다 보니… 그런데 하… 대검찰청에서 쓸데없는 짓 한다고 매일 전화해서 뭐라 하더라. 파견 끝나고 검찰에 복귀한 뒤 인사가 났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원이었다. 그동안의 보직 경로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찍혀도 서울중앙지검 아니면 서울 내 지청은 갈 거라 생각했는데… 고민하다 수원 출근한 날 사표를 냈다.”
―대통령 공약을 수행한 검사는 영전하지 않나? 지금은 그런데….
“그때는 부장급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공안1부장 정도나 청와대가 신경 쓰지 다른 자리는 안 그랬다.” (살다 보면 내리막도 있는 것 아닌가. 수원 간 게 그렇게 못 견딜 일이었나.) “견딜 수 있는 일이지… 그러니까 나도 참… 주변에서 ‘이 미친 놈아 그렇다고 나가냐’고 하더라. 하하하.”
―쓴소리 때문에 당내에서 “나가라”는 말도 나오는데 공천 걱정은 안 드나? 금태섭 전 의원 경우도 봤는데.
“안 하면 되지 그걸 뭘…. 할 말 하다 못 받으면 그냥 팔자고, 운명인 거고. 지역에서도 걱정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지역 주민들을 믿는다. 그런데 만약 못 받으면 냉동식품 장사를 하겠다’고 했다.” (냉동식품 장사?) “공직기강비서관에서 해임된 뒤에 ‘별주부짱’이라는 해물전문점을 했는데 생물이라 재고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냉동식품은 재고 걱정이 없으니까.” (해물전문점은 왜 한 건가?) “식당을 하기로 하고 이름부터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정윤횟집’을 생각했다. 근데 그건 너무 티가 나는 것 같고, ‘십상스시’로 짓고 스시집을 하면 어떨까 했는데 그것도 좀 그렇고. 그러다 보니 어쩌다 해물 쪽으로 하게 됐다.”
※그가 유출 배후로 지목돼 해임된 계기가 된 세칭 ‘정윤회 문건’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최순실의 전 남편)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고 있다. ‘십상시(十常侍)’는 당시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청와대 안팎의 측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식당에 찾아와 정계 입문을 권유했다던데.
“당시 정치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문 대표에게 민주당 비판을 여러 번 했다. 그랬더니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신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 그런 마음으로 변하지 않고 해 달라’고 하더라. ‘당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정치가 아니겠느냐’고도 하고….” (그 아픔을 금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겪던데.) “나중에 여당이 되니까….”
―당신더러 문자폭탄 얘기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이 오나.
“진짜 얘기하는데… 나는 나한테 문자폭탄 오는 걸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각인된 건가.) “나더러 ‘조응천은 왜 자꾸 문자폭탄 이야기를 하느냐’ ‘정치인이라면 감내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문자폭탄 이야기를 한 건 지난달 중순이 처음이다. 당 게시판에 민주당 권리당원 일동이라며 초선 의원 5명의 자성을 비판한 성명서가 나왔을 때다. 강성 당원들이 초선 의원들을 두드려 패는데, 당시 비상대책위원회는 아무 말을 안 했다. 그래서 ‘지도부가 초선 의원들을 보호해라. 지금 문자폭탄이 쏟아지는데 내버려 둘 거냐’고 한 거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이 난리다. 왜 당원들의 목소리를 막느냐고…. 김두관 의원도 조응천이 처음 얘기할 때는 괜찮았는데 자꾸 들으니 짜증난다고 하는데, 좀 제대로 알고 얘기를 하시든지. 오히려 나는 진짜 전체 당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자는 쪽이다. 권리당원이 70만 명인데 소수의 강성 당원 때문에 전체 목소리가 묻히면 안 되지 않나. 어느 쪽이 더 당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건가.”
―그 성명서 때문에 조국 사태를 반성한 초선들은 ‘초선 5적’으로 몰렸다.
“성명서에 ‘일동’이라고 한 권리당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정말 70만 명이 다 동의한 건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아니라면 참칭한 것 아닌가. 당헌당규에 어긋난 일이라면 징계를 하고….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당원들 모두 각자 생각이 있다. 그런데 과도한 열정을 가진 소수가 어느 한쪽으로 물꼬를 틔우면, 그게 방향이 돼서 다른 이야기는 하기 어렵고 침묵하게 만든다. 조국 사태 때 그랬다.” (그들은 의견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이 더 이상의 언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걸 의견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는 더 많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자고 그러는 건데, 왜 자꾸 거꾸로 모는지 정말 답답하다.”
―지금 정부에서 거꾸로 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어쨌거나 본인 말처럼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2선으로 빠져야 한다. 전에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모두 용퇴했다.” (지금은 사표도 낼 수 없다.) “그러니까 (돈 봉투 만찬 사건 때) 본인들이 했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처럼 하면 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을 유지하며 재판을 받는다? 그럼 공소 유지에 지장을 줄 게 너무 뻔하지 않나. 이미 조사 받으러 나오라는데 4번이나 안 나가고, 검찰을 못 믿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요구했으니까.” (이 지검장이 12일 하루 연가를 낸 것도 관련이 있을까.) “그날 기소됐으니까 직접 결재하는 걸 피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중요 사안이라 검사장 전결인데 연가를 내면 차장이 대신 결재하니까.”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감찰국장 간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사표를 냈으나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전보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다.
“하… 박 장관이 그러시면 안 되지. 항상 보면 편에 따라 말씀이 달라지는데… 그러면 자꾸 신뢰가 떨어진다. 어떤 일이든 적용되는 법이나 원칙은 같아야 하지 않나. 예쁜 놈이건 미운 놈이건 사안을 봐야지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하나.”
조응천의 쓴소리
“우리 동네 하천 정비도 그렇게 안 한다.”(올 2월 가덕도 특별법 졸속 처리 때)
“법무(부)·검찰을 보면 고려 무신정권 행태 떠올라.” (지난달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내로남불’을 빗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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