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방미 전날 “美는 2등급 국가” 깎아내린 宋 대표의 경망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로 이동하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05.19.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로 이동하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05.19.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미국 하원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관련 청문회 개최를 두고 “상당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김정은 김여정 나체를 합성한 조악한 전단을 뿌려놓고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건 지나친 게 아니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2020년 민주주의 지수’를 인용해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받았지만 미국과 프랑스는 ‘흠결 있는 민주주의’로 2등급 판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은 과연 여당 대표 입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문 대통령 방미 길에 재를 뿌리려는 심산이 아니었다면 모를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까지 지낸 여당 대표로서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을 향해 ‘2등급 국가’라고 비하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송 대표는 어제 서울공항에서 문 대통령의 출국을 배웅했다. 그 자리에선 과연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송 대표가 거론한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한국과 미국의 순위는 각각 23위와 25위, 점수는 8.01과 7.92였다. ‘완전한 민주국가’와 ‘결함 있는 민주국가’를 가르는 기준 8.0을 넘었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도 미국을 한국보다 열등한 국가로 깎아내렸다. 더욱이 문제의 핵심은 민주주의 최하위 국가인 북한을 비판할 자유를 제약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지, 그걸 논할 자격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자 향후 한미 관계를 가를 중요한 회담이다. 코로나19 백신 협력과 대북정책 공조 같은 현안을 두고 아쉬운 소리도 하며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자리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 정부도 원칙을 갖고 대처해야 할 문제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송 대표지만 그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송 대표는 그간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숱한 구설에 올랐다. 주한 미국대사가 북한 개별 관광에 제동을 걸자 “무슨 조선총독이냐”고 했고,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대)포로 쏘지 않은 게 어디냐”고 했다. 학생운동권 시절의 인식 수준을 바꿀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른 만큼 자중해야 한다. 가벼운 입놀림이 민주당과 정부, 나아가 우리나라에 부담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선 안 된다.
#문재인#방미#미국#2등급 국가#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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