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전국 대학의 권역별 정원을 줄이고 재정 여건이 나쁜 한계대학을 퇴출시키는 내용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4학년도부터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하위 30∼50%의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내년에 한계대학을 선정한 후 회생이 어려우면 폐교를 명령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몰리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도 예외 없이 줄이는 이유에 대해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원을 못 채우는 지방대가 속출하자 수도권 대학에도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한계대학 84곳 중 62곳(73.8%)이 수도권 밖에 있다. 저출산 탓도 있지만 비위나 도덕적 해이로 폐교 위기에 몰린 곳들도 많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권역별로 정원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부실대학의 책임을 성과가 좋은 대학들에 떠넘기는 것으로 역차별이 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비수도권 대학들 가운데서도 첨단 공학 관련 학과는 지금도 경쟁률이 높다. 예외 없는 정원감축보다는 비수도권 대학들이 수요가 높은 학과에 집중해 미충원율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대학 구조 개혁은 눈앞의 현실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함께 고려해서 해야 한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63개국 중 27위, 대학 교육의 경쟁력은 이보다 더 떨어지는 48위다.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QS)의 평가에서 상위 3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학은 17년간 한 곳도 없다. 한국은 인적 자원 의존도가 높은 데다 지금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경쟁력이 안보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대학 교육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고급 인재 양성에 실패하면 국가 전체의 앞날이 어둡게 된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3회 시정 조치 후 폐교’라는 복잡다단한 한계대학 퇴출 방안이 가파른 대학 붕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폐교된 학교는 18곳뿐이다. 정부의 구조개혁이 주춤하는 사이 학생들이 부실 교육의 피해를 입고 있다. ‘좀비 대학’들을 서둘러 솎아내야 대학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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