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더욱 축소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부서가 부패, 경제 등 이른바 ‘6대 범죄’를 수사하되 형사부에서는 직접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다른 지검에서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일선 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의 기능을 반부패수사부에 통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월 검찰 직제개편을 통해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하고,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폐지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에도 검찰 직제를 바꿔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참모진을 축소하고 공공수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는 더욱 줄였다. 9개월 만에 검찰의 수사 기능을 줄이기 위해 또다시 검찰 조직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인권, 민생 중심’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검찰 조직을 거듭 흔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 생활에 미칠 파급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한 예로 합수단은 폐지 방침이 알려졌을 때부터 금융·증권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법무부는 강행했다. 이후 라임, 옵티머스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길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법무부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검찰 조직을 개편하는 목적은 범국가 차원의 수사력을 강화해 국민의 범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올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은 커졌지만 아직 경찰의 수사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검찰의 수사 기능을 계속 축소하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커질 뿐이다. 검찰을 약화시키느라 멀쩡한 합수단까지 없앴던 전철을 다시 밟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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