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이 언급된 데 대해 “한미관계 발전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돼야지 그 반대로 가서는,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만과 관련해선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주한 중국대사도 “성명에 ‘중국’이란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며 “아쉽게, 아프게 봤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에 비하면 그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 미일 정상회담 직후엔 즉각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미일과 달리 한미 공동성명은 중국을 명시하지 않은 데다 원칙적인 일반론만을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음을 숨기지 않았다. 외교부 차관은 “중국으로선 한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국의 처지를 설명한 것일 테지만, 중국을 향해 해명이라도 하는 듯 구차하게 들린다. 심지어 여당 국회의원은 “문 대통령 귀국길에 주요 수행원 중 한 사람은 중국에 들러 회담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내리기도 했다.
한미는 이번에 전통적 안보동맹을 경제와 신기술, 글로벌 현안까지로 확장하기로 했다. 21세기 한미동맹의 자연스러운 발전이다. 그것은 미국의 리더십 회복과 국제적 규범의 복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번 한미 공동성명은 그런 국제 규범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이 이에 반발한다면 스스로 규범 위배를 자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중국에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 물론 강대국 간 힘의 대결이 당장 우리 국민과 기업의 피해로 나타나는 위험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중견국으로서 규범에 입각한 외교로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그간의 비정상 탓에 잠시 흔들렸던 한국의 좌표가 제자리를 찾은 것임을 중국이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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