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신에 이은 주사기 부족, 비상상황 임하는 자세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7일 00시 00분


26일 광주시 북구보건소 접종실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19 접종에 쓰는 최소 잔여형(LDS)주사기를 보관중인 재고 수량을 파악하는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26일 광주시 북구보건소 접종실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19 접종에 쓰는 최소 잔여형(LDS)주사기를 보관중인 재고 수량을 파악하는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오늘부터 시작되는 65∼74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 주사기 공급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가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주요 대도시의 보건소에서 부족한 상황이 확인됐다. 백신 잔여물을 거의 남기지 않아 ‘K-주사기’로 불리는 이 주사기가 접종 하루 전날인 어제까지도 모자라 일반 주사기로도 접종하라는 공지가 병·의원들에 전달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 1병(바이알)으로 10명을 접종할 수 있는 일반 주사기에 비해 LDS 주사기는 12명까지 접종 가능하다. 일반 주사기를 쓰면 가뜩이나 부족한 백신을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 LDS 주사기 부족에 대해 정부는 “일시에 늘어난 수요에 맞춰 제조업체가 주사기를 생산·보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배송이 1, 2일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접종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달 3일이다. 20여 일 동안 배송과 같은 기초적인 사항조차 점검하지 않고 뭘 했다는 말인가.

정부는 어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내놨는데, 이는 타당성 여부를 떠나 방역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방역당국의 무책임한 태도까지 겹치면 코로나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방안에 따르면 7월부터는 1차 접종자라도 공원과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하지만 야외에서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해 일일이 접종 여부를 확인해 단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시민들이 양심적으로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려면 정부가 해이해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하루 신규 확진자 수도 700명대로 올라 안심할 수 없는 국면에서 주사기 부족 같은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 방역당국의 긴장이 풀어질수록 일상 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백신#주사기 부족#비상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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