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파 부활” “탐욕스러운 선배”… 野 경선 모처럼 흥행하나 싶더니

‘지지 호소’ 악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은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7일 전국 각 지역을 누비며 표심을 공략했다. 이날 경북 영주 대박시장을 찾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왼쪽 사진)이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고, 나경원 전 의원은 대전 중구 대전시당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준석 후보 캠프 제공·대전=뉴스1

흥행 조짐을 보이는가 싶던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이전투구로 변질되고 있다. 5선의 주호영 의원은 어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4선 경력의 나경원 전 의원도 “특정 계파에서 2명(이준석, 김웅)이 나왔다”며 대선주자인 유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난데없이 계파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일반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본경선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당원투표에서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구태에 가깝다.

신진 후보들의 대응도 거칠긴 마찬가지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구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다”고 쏘아붙인 데 이어 어제는 주 의원까지 싸잡아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새로운 보수의 길, 보수혁신에 대한 비전 경쟁은 찾아볼 수 없고 중진과 신진 후보들이 뒤엉켜 저질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야당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가 이번처럼 일반 국민의 관심을 받은 적은 드물다. 이번엔 그나마 젊은 신진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여론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는데 계파 논쟁과 거친 설전으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민주당 측 조사지만, 국민의힘 정당 이미지를 의인화하면 “돈과 권력을 중시하며 엘리트주의를 가지고 있는 50대 후반∼70대 꼰대 남성”이라고 한다. 이는 국민의힘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젊고 역동적이며 약자를 배려하는 전국 정당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 여론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내년 대선은 ‘미래의 선택’이다. 청년의 미래, 코로나 이후의 경제 등이 주요한 어젠다가 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20%대에 머물러 있다. 구체제로의 복귀냐, 보수혁신의 새 길을 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국민의힘. 우물 안 계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다. 전당대회 날인 6월 11일까지 남은 보름, 보수혁신의 비전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