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재테크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친구들과 만날 때 주요 화제에 ‘재테크’가 들어간 지 이미 오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이나 코인이 대단히 어려운 것이고 머리가 좋은 친구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원금 손실을 무릅쓰고 ‘혹시나’ 하는 희망 때문에 선뜻 시작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시댁 어른들마저도 지인들로부터 가상화폐에 대해 얘기를 듣고 투자하고 있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편안한 노후를 대비하는 사람들은 안전한 삶을 위해 웬만해선 그 시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 중·고교생 일부가 용돈벌이로 주식 거래를 한다고 한다. 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심지어 외국인까지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물론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가상화폐와 주식이다. 이러한 현상에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일자리 감소, 효율적이지 못한 국가 정책의 실패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
한국에 오래 살면서, 그리고 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회 문제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져갔다. 사람들이 로또 복권을 사는 이유, 가상화폐 및 주식에 목숨을 걸고 뛰어가는 이유, 욜로족이 되는 이유,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뚜렷하게 느낀 위기는 서울, 경기 등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간 것이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들의 답변이 다양했다. 어떤 이는 재테크할 자금이 없으니 아이에게 학업은 물론이고 언어교육을 더 강요하게 되었다고 했다. 국민연금이나 청약을 열심히 유지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상화폐와 주식에 가진 돈을 넣었다가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길을 찾고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 드라마를 처음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는 집안의 가장이 밖에서 일하고 아내는 대부분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으로 묘사해왔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집안 형편이 좋든 좋지 못하든 가장이 생계를 책임지며 살고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정말 그랬냐고 물으면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왔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먹고사는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지만 주거나 자녀 교육비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 맞벌이로 부인까지 일해도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현실은 너무나 야속해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보니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그와 관련된 ‘욜로족’ ‘싱글족’ ‘딩크족’ 등 다양한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텔레비전에서조차 비혼도 행복하고 즐겁다는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한쪽에서는 인구절벽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비혼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부도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자 34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한다. 결국 삶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것은 주거 문제일 것이다. 주변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사정을 보면 둘 이상의 자녀를 키우며 수년째 청약통장에 돈을 납입하는 집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공급계획이 청년세대와 1, 2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급계획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상화폐나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을 믿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직하게 노동하면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다. 힘들게 일하면 누구든지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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