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회의 없는 ‘유령위원회’ 58개, 책임전가 정부의 세금 낭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00시 00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국무총리·정부 각 부처 소속 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93개가 됐다. 문 정부 첫해인 2017년의 556개보다 37개가 늘었다. 위원회 수는 많지만 1년에 한 번도 회의를 안 한 유령 위원회가 58개나 되고 딱 한 번 회의를 한 형식적인 위원회가 63개나 된다. 합치면 전체 위원회 수의 20% 정도다. 이런 위원회를 유지하기 위해 위원회당 수억에서 수십억의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설치·운영법’에 따르면 위원회 구성과 회의 일정 및 의제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회의 일정과 의제 등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위원회가 적지 않다. 심지어 탈원전 등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심의하는 전력정책심의위원회처럼 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위원회도 있다.

공정성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정부 편들기를 하는 사례도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미 완공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에 대해 11차례 회의만 열고 심의는 하지 않고 있다. 위원들 일부가 1000만 년 만에 1번꼴인 원전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대비를 거론하며 심의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위원회는 관이 일방적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 대신 민간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생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손쉽게 제공될 수 있는 자리인 데다 정부가 위원회 의견을 내세워 직접 내리면 논란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임기 말로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위원회는 본래 정부의 자문기관일 뿐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 등 이른바 ‘적폐청산’ 위원회라는 게 생겨 법적 위임 없이 직접 수사 의뢰를 남발해 편법 탈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위원회 숫자만 역대 최대여서 위원회 공화국이 아니다. 위원회를 남용하는 공화국이 되고 있다.
#유령위원회#58개#세금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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