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美 ‘달의 여신’ 손잡은 한국… “우주탐사 역량 키울 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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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약정’ 10번째 서명

《한국이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계획을 위한 국제협력 원칙인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에 27일 공식 서명하면서 우주 탐사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우주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우주 개발 선진국들과의 협력의 장이 열리면서 2030년 ‘세계 7대 우주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우주산업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국제 우주 탐사에서 종속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실익을 거두려면 한국의 명확한 역할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달 넘어 화성까지… 유인 심우주(deep space) 탐사 초석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이 1972년 아폴로17호 달 착륙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이자 ‘아폴론(아폴로)’과 쌍둥이 남매인 ‘아르테미스’에서 이름을 땄다. 지난해 10월 일본 영국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가 약정에 서명했고 11월 우크라이나가 추가로 합류했다. 한국은 10번째 참가국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해 9월 74쪽의 문서 ‘아르테미스 플랜’을 공개했다. 나사는 “최초로 여성 우주인과 유색인종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것”이라며 “국제 파트너와 협력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 토대를 구축한 뒤 화성에 인류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계획을 거쳐 달에 건설된 기지의 상상도. NASA 제공
아르테미스 계획을 거쳐 달에 건설된 기지의 상상도. NASA 제공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2024년 유인 달 착륙 성공이다. 이를 위해 우선 우주인을 태운 달 궤도 비행에 나선다. 2023년에는 우주인이 거주할 수 있는 전력 모듈, 주거 및 물류 모듈 등을 달에 실어 나른다. 2단계는 심우주 탐사를 위한 달 기지 ‘루나 게이트웨이’를 2028년까지 구축해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달 착륙만 목표로 했던 아폴로 계획과 달리 달을 근거지로 삼아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의 토대를 만든다는 대담한 구상이다.

아르테미스 약정은 달 화성 혜성 소행성을 탐사 및 이용하려면 평화적 목적의 탐사, 투명한 임무 운영, 우주 탐사 시 확보한 과학 데이터의 공개 등 10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사는 광범위한 원칙뿐만 아니라 참여국과 민간 우주 기업들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달 궤도에 설치될 루나 게이트웨이의 상상도.

NASA 제공
달 궤도에 설치될 루나 게이트웨이의 상상도. NASA 제공
국제우주정거장(ISS) 유지 보수 로봇 ‘캐나다암’으로 유명한 캐나다우주청(CSA)은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에 필요한 첨단 로봇 기술을 제공한다. 영국 이탈리아 등이 포함된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인이 달에 거주하는 데 필요한 모듈과 통신 기술, 과학탑재체, 달 관측용 큐브샛(초소형 위성), 게이트웨이 연료 보급 등을 맡는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우주인 거주에 필요한 항목과 물류 공급에 기여하기로 했다.

미국을 포함한 약정 참여국들의 민간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보잉은 아르테미스를 위한 나사의 우주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달 착륙선 제작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단독 선정됐다. 과거 아폴로 임무 월면차 개발에 참여했던 GM과 록히드마틴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월면차를 개발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일본 JAXA는 도요타와 공동으로 가압 시설을 갖춘 로버를 개발했고 룩셈부르크는 달 탐사선을 개발 중인 일본 우주개발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유럽 지사를 유치하고 나사와 우주 자원 탐사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 탐사기술, 민간산업 육성 기대… 명확한 전략 필요


국제 달 탐사 연합체 합류를 통해 한국은 우주기술의 역량과 경험을 높이고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선(KPLO) 발사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203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국산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선 개발 과정에서도 지원과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구에선 희귀한 희토류, 헬륨3 등 전략 자원이 달에는 풍부해 자원 발굴에 대한 기대도 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우주 분야 연구자들의 국제공동연구 참여가 확대되고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따른 우주발사체 개발과 시너지를 내 국내 우주산업 역량이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의 우주산업 육성 의지가 표명되고 공공 부문 투자가 이뤄지면 민간 기업을 육성하는 선순환 체계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그동안 나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간접적으로 협력해 왔다. 내년에 발사될 KPLO에는 나사의 ‘섀도캠’이 실린다. 2024년 유인 달 착륙에 적합한 후보지를 찾기 위해 달 극지역의 영구 음영지역을 촬영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달 표면 관측과 과학 임무를 위한 과학 탑재체를 개발해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 참여를 추진 중이다. 과학 실험 장비와 로버를 민간 달착륙선에 실어 보내는 계획이다. 달 표면을 분석하는 ‘그레인캠스’, 방사선 측정기(LVRad), 달 자기장 측정기(LSMAG), 달에서 우주 날씨를 관측하는 장비(LUSEM)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분명한 역할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우주기술은 발사체·위성 중심이어서 탐사 기술은 많이 뒤처진 상태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부분을 찾아 프로그램 내에서 기여도를 높여야 하는 게 과제다. 이 정책관은 “아직 한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게 충분히 검토된 것은 아니다”라며 “나사와의 협의에 따라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에서 한국의 역할을 논의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우주탐사의 명확한 목표와 세부 전략, 밑그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독자적으로 우주탐사를 하기에는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국제 협력을 통해 얻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약정 참여국들과 함께 달에 착륙하는 것에 주력할 것인지, 우주탐사 기술과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둘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민수 reborn@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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