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상스 서거 100주년이다. 어린 시절 명상 시간에 늘 나오던 ‘동물의 사육제’의 ‘백조’나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에 함께 흐르던 ‘죽음의 무도’가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 ‘두 개의 히트곡’이 생상스의 전부일까. 그의 진정한 업적은 무엇일까.
생상스는 혜성과 같이 프랑스 음악계에 나타났다. 그가 등장했을 때 프랑스 음악계는 당혹감에 휩싸여 있었다. 혁명의 혼란, 베토벤과 로시니 같은 이웃 대가들의 영향, 왕정복고 시절 허약하고 장식적인 취향 등으로 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음악사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5세 때 베토벤 협주곡으로 데뷔하고, 열세 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 이 신동은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어 프랑스 음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마들렌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던 시기에 생상스는 두 가지 정체성을 확립한다. 작곡가로서는 엄정한 형식미를 추구하지만, 오르간이 표상하는 즉흥연주의 자유 또한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엄격함과 자유의 조화는 점점 그의 개성이 되었다. 본래 전통적인 교회 음악을 가르치던 에콜 니데르메예르에서 그는 당시의 현대음악이었던 슈만, 리스트, 바그너를 가르쳤다. 그 결과 중세와 르네상스로부터 내려오는 프랑스적 전통과 당대의 현대음악인 낭만주의가 조화를 이뤘다. 생상스의 전반적인 작풍은 순수주의의 멘델스존처럼 단정하지만, 음악으로 회화성을 이끌어내는 데서는 신독일악파의 리스트와 유사했다.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은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단단한 형식미와 장대한 음향적 표현력은 이 곡에서 빛을 발한다. 리스트를 추모하기 위해 쓴 이 작품은 그레고리안 성가의 진혼곡 ‘진노의 날’을 주제로 시작된다. 인생의 허무를 상징하는 이 주제는 자꾸 나아가고 성취하려는 파우스트적인 노력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음악은 곧 내면적인 아다지오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경건한 오르간의 지속음이 내적인 명상으로 듣는 이를 이끈다. 1악장에 나타난 외향적인 노력과 내향적인 성찰은 2악장에서 종합을 이룬다. 찬가풍의 피날레인 이 악장에서는 특이하게도 피아노도 관현악의 일부로 등장하고, 점차 관악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며, 오케스트라 자체가 또 하나의 오르간으로 변화한다. 관악기에 결집되는 인간의 숨과 건반악기이지만 송풍기로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는 오르간의 거대한 ‘숨’으로 인해 작품 전체가 ‘숨 쉰다’. ‘진노의 날’, 곧 인간의 허무를 극복하는 거대한 생명력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 밖에 꼭 들어보아야 할 작품으로는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우아미의 극치인 첼로 협주곡 1번 등이 있다.
작곡가의 정신세계 속으로 한번 탐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 사람의 마음속이 열 길 물속보다 깊을진대 예술가 안에는 또 얼마나 더 깊은 신비가 자리하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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