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4G 서울회의에 평양사진 올리고 제작사 탓한 靑·외교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00시 00분


평양 능라도 위성사진이 나온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 영상. 청와대 유튜브 영상 캡처
평양 능라도 위성사진이 나온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 영상. 청와대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달 30일 ‘2021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개최지를 소개하는 영상에 서울이 아닌 평양의 위성사진이 등장했다. 논란이 일자 하루 뒤에야 청와대 유튜브 계정에 있던 해당 영상은 삭제됐고, 서울을 담은 영상으로 교체됐다.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망신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회의는 외교부가 조달청을 통해 대행사를 선정했고, 대행사가 선정한 하도급 업체가 문제의 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제 청와대와 외교부는 영상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외주 제작사의 실수”라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영상에 잘못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행사를 주최하는 청와대 외교부 등이 포함된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의 기본 업무다.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뉘고, 평양은 대동강으로 동서로 갈려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 이번 오류는 쉽게 잡아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사전에 영상을 제대로 봤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파장이 커지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어제 “매우 유감”이라며 “영상물을 편집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부가 왜 오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서울이면 어떻고 평양이면 어떤가”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한 언론 인터뷰에 밝힌 것이다. 이번 회의는 우리가 개최한 기후환경 관련 첫 다자 정상회의였다. 이런 중요한 행사에서 사전 점검 부족으로 잘못된 영상이 나갔는데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거나 책임을 미룬다면 더 큰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뒤늦게 경위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이 정부 들어 기본이 안 된 외교적 실수 때문에 체면을 구기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 가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하거나, 외교부가 양자 회의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건 적도 있다. 기본적인 의전마저 구멍이 뚫려 있으면 제대로 된 외교가 가능할 리 없다.
#p4g 서울회의#평양사진#청와대#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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