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실 씨(52)는 2016년 말 산악자전거(MTB)를 샀다. 그해 초부터 불거진 크고 작은 일 탓에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결혼 전 유도 탁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던 그는 아이를 낳은 뒤 일하고 살림하느라 ‘운동 본능’을 억누르고 살아왔다.
“살기에 바빠 허리 디스크 통증 완화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본적인 건강만 챙기고 있었죠.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 등으로 너무 힘들어 돌파구가 필요할 때 자전거 붐이 일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전거 교실은 생각도 못 하고 무작정 혼자 자전거에 올랐다. 브레이크와 기어도 구분하지 못해 숱하게 넘어지면서 타는 법을 익혔다. MTB를 1년 정도 탄 뒤 도로 사이클로 바꿨다. 사이클이 날렵하고 자세도 잘 나온다. 최근 젊은층은 멋진 모습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싶은 욕구에 사이클로 몰리고 있다. 사실 황 씨도 처음부터 사이클을 타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 MTB를 택했다. 그는 “MTB로 타는 법을 배운 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사이클을 타고 싶어 바꿨다”고 했다.
“자전거는 신세계입니다. 페달만 밟으면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죠. 50km, 100km 거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는 볼 수 없는 풍광도 감상할 수 있어요.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할까요. 여기저기 유명한 맛집도 찾아다니고요.”
교육업을 하고 있는 황 씨는 주 3, 4회 사이클을 탄다. 주중엔 서울 한강으로 나가 50∼60km를 달린다. 주말엔 경기 양평 등 수도권 명소를 찾아 100km 이상 질주한다. 페달을 힘차게 밟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마에 땀이 맺히는 만큼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도 날아갔다. 3월부터는 자전거 교육 및 콘텐츠 사업을 하는 케이벨로(kvelo)를 찾아 자전거 공부를 하고 있다. 황 씨는 “사이클을 제대로 타려면 클릿슈즈를 신어야 한다. 페달과 슈즈를 연결해주는 클릿을 넣고 빼는 것은 혼자 배우기 힘들어 케이벨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당초 클릿슈즈 사용법만 배우려 했는데 자전거 안전의 기본까지 익히며 또 다른 즐거움을 얻었다. 그는 “솔직히 독학으로 자전거를 배우다 보니 상황에 따라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 안전수칙을 배우고 나니 심적으로 안정됐고 안 보이던 풍경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자전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고 했다. 헬멧 등 기본장비를 갖추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한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따릉이를 타거나, 연인끼리 나란히 타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 사고가 난다. 어르신들은 막걸리 한잔하고 비틀거리다 넘어지기도 한다. 그는 “자전거도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씨는 갱년기를 앞둔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권했다. 그는 “전업주부들의 경우 갱년기 때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집안일에만 몰두하다 애들이 성장해 품 밖으로 나가면 허무해지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운동을 취미로 가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살다 갱년기가 왔을 때 건강도 챙기며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자전거라는 얘기다. 그는 “자전거를 사야 하고 배워야 하는 등 약간의 진입장벽은 있다. 하지만 취미로 어떤 것을 시작해도 초반엔 투자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한번 투자하면 추가 비용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리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솟는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신경 성장 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돼 뇌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 신체건강이 곧 정신건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 100세 시대에 사이클 같은 운동이 취미가 된다면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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