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목숨을 끊은 이모 중사의 유족은 관할 보통군사법원이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한 법무관이 조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어제 그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군 검찰은 군사경찰이 이 중사 사건을 4월 7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조사를 미적거리다가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지 9일 뒤인 5월 31일에야 피의자를 처음 조사했다. 군 사법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군사 법원과 그에 대응하는 군 검찰을 아예 없애고 일반 법원과 일반 검찰이 대신하게 하자는 주장이 없지 않다. 이런 주장은 우리나라가 처한 국방 현실에서는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평시만이라도 군 형사사건을 일반 법원에서 다루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그럴 경우 막상 전시와 계엄 시에 군사 법원과 군 검찰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다.
다만 군 형사사건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군의 특수성과 무관한 일반 범죄다. 구타 가혹행위 성추행 등 일반 범죄에 한해 평시에 일반 법원과 일반 검찰이 다루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군사재판의 2심인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러나 이 중사 사건은 1심인 보통군사법원과 기소를 담당하는 군 검찰에서부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중사 유족은 따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국선변호인에게 의존했다가 최소한의 조력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군 검찰은 군사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피의자를 54일 만에야 소환 조사했다. 피의자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도 송치 후 50일 만에야 발부받았고 그마저도 임의제출 시까지 집행하지 않았다. 군 사법체제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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