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5일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갖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도입하기로 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 소재지뿐 아니라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세금을 내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각국의 법인세를 국제 규범으로 강제하는 것은 처음이며, 본사 소재 국가가 과세하는 100년 된 국제 법인세 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뀔 상황이다.
법인세 제도가 정착된 1920년대 초만 해도 기업은 본사 소재지에서 유형의 제품을 만들어 팔고 세금을 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발달로 세금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두고, 형체가 없는 IT 서비스를 전 세계에 파는 기업이 늘어났다. 각국은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 덤핑’을 벌였고, 돈을 버는 곳과 세금을 내는 곳이 달라 국가 간 분쟁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갈등을 없애자는 게 이번 합의의 배경이다.
한국은 법인세율이 25%(지방소득세 제외)로 높은 편이어서 최저 법인세의 영향을 바로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금에 따라 기업이 움직이고 산업 구조가 바뀔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저세율 국가에 473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데, 최저 법인세가 도입되면 그곳에 법인을 둘 실익이 줄어든다. 기업들은 본사, 공장, 서비스 지역 등을 놓고 새 전략을 짜야 할 상황이다. 정부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의 유치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G7은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이익률 10% 초과분 중 20%를 해당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하도록 했다. 외신들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지목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도 해외에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내달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 등에서 구체화할 예정이다. 주요 멤버인 한국은 우리 기업의 입장과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는 새 과세 체계가 큰 틀에서 한국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기업과 함께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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