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정부의 LH 혁신안이 어제 발표됐다. 3월 초 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 땅 투기를 했다는 시민단체의 폭로가 나온 지 3개월여 만이다. 혁신안에 따르면 LH 임직원들은 앞으로 재산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실제 거주, 사용하지 않는 주택과 토지의 취득은 금지된다. 향후 3년간 고위직 인건비는 동결되며 작년에 받은 임직원의 성과급도 환수된다. 그러면서도 LH의 핵심 권한들은 그대로 남겨두겠다고 한다. LH를 토지공사, 주택공사로 다시 나누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등의 조직개편 방안도 당정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신도시 등의 ‘입지조사’ 기능을 LH에서 떼어내 국토교통부로 옮기기로 했다. 택지 선정 과정에서 LH를 통해 사전에 정보가 새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과도한 권한, 정보의 집중이 LH 사태의 원인이란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조치다. 하지만 입지 선정을 제외한 택지 개발, 주택 공급 등 LH의 기존 핵심 기능은 남기고, 부수적 기능만 지자체 등에 넘기기로 했다. LH 직원과 친지 4명이 구속됐고 직원과 가족 151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해체 수준의 개혁’에 못 미치는 혁신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정부는 LH 임직원을 20% 줄이겠다고 했다. LH 임직원 수는 현재 9907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700여 명을 포함해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의 6637명보다 49.2%나 급증해 조직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기능 이관에 따른 인력이동과 정년, 명예퇴직을 고려하면 실제 감축 규모는 발표한 것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가족들의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당 의원 12명과 관련한 16건의 투기의혹 사례를 찾아냈지만 “최종 결론이 아니다”면서 실명 및 세부 내용을 민주당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만 보냈다고 한다.
이 조사는 LH 사태가 터지자 여당 측이 자발적으로 요청해 시작된 것인데도 결과가 나오자 여당 지도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머뭇거리는 분위기다. “투기엔 예외 없이 엄정 대처할 것”이란 의지만 확고하다면 여기서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여당 스스로 조사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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