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초 취임 직후 당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재정비했다. ‘아파트 환상’을 버리라던 진선미 의원 대신 세제 전문가인 김진표 의원을 특위 위원장으로 발탁해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을 만나서도 당장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부동산 문제부터 꺼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당이 확정한 부동산 보완책은 1주택자 재산세를 일부 감면하고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풀어준 정도다. 재산세 감면도 급등한 공시가격을 감안하면 평균 몇만 원 수준에 그친다. 4월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반영하겠다며 떠들썩하게 정책 개편을 논의하더니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은 내부 합의조차 못하고 있다. 친문 의원들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탓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공청회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매듭지을 방침이지만 친문 강경파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부동산특위가 추진하는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종부세 감면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특위는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에서 ‘공시가격 상위 2%’ 주택으로 바꾸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행 9억 원 기준은 2009년 정해진 뒤 13년째 그대로다. 당시 전국 상위 1%의 고가주택만 포함되던 종부세 대상은 올해 전국 아파트의 4.5%, 서울은 무려 24.2%로 급증했다. 현 정부 출범 전만 해도 서울 아파트 100채 중 4채만 내던 ‘부자 세금’이 집값 폭등으로 4채 중 1채가 내야 하는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에 특위는 집값과 상관없이 종부세를 내는 납세자를 2% 비율로 못 박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금액이 아닌 비율 과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해마다 종부세 기준 금액이 달라지니 납세자 본인이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어 조세 체계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또 상위 2%를 가려내는 행정 작업에 매년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지금도 공시가격 산정에 이의신청이 쇄도하는데, 상위 2%를 골라내는 과정에 납세자들의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주택시장 침체기엔 집값이 떨어져도 종부세 대상에 포함돼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
세금 부담 완화가 목적이라면 현행 9억 원 기준을 12억 원 이상으로 올리면 될 일이다. 이렇게 하면 종부세 대상 주택 수는 상위 2% 방안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2% 방안을 고집하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계산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1 대 99’가 안 되면 ‘2 대 98’로 확대해서라도 편 가르기 식 과세에 매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은 주거 안정과 투기 방지라는 목적과 조세 원칙에 맞게 부동산 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소수 대 다수로 갈라치고 지지층 심기만 살피는 ‘부동산 정치’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커녕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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