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개혁 건의 5건 가운데 1건만 수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4년 동안 1만8746건의 규제개혁 건의가 있었으나 21.4%인 4014건만 수용됐다. 수용된 건의 중 상당수는 변형된 형태로 규제가 유지됐고, 사라진 규제보다 더 많은 규제 입법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땜질만 반복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3년 전 강원 화천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창업했던 한 자영업자는 1년 만에 폐업했다. 규모를 늘려 온라인으로 판매하려 했지만, 취수원 반경 4km 이내에선 제조업을 할 수 없다는 수도법에 막혔다. 취수원 규제는 지난 정부 때 개혁 대상이었는데 없어지지 않고 7km가 4km로 줄었을 뿐이다. 감자탕 한 그릇도 온라인 판매 때는 네이버에선 팔 수 있고 마켓컬리에선 못 판다고 한다. 식당 대신 플랫폼이 배송을 맡으면 판매를 할 수 없다는 규제 때문이다. 정비공장에서 차량 수리 때 번호판을 뜯고 붙이는 것조차 자동차정비법에 묶여 60년째 불법인 상태이다.
새로운 규제는 매일 양산되고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후 1년 동안 발의된 법안(의원 입법)은 1만 건에 육박한다. 개원 후 1년만 놓고 보면 19대 4031건이나 20대 6631건의 약 두 배다. 의원들의 실적 쌓기용 입법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규제라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5월 31일 국회를 방문해 “규제가 너무 쉽게 만들어진다”고 호소했겠나.
현 정부는 지난 두 정부를 합한 것보다 많은 10만 명의 공무원을 늘렸다. 이 중에는 행정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규제를 늘리는 쪽에 가깝다. 또한 국회는 국회대로 설익은 규제 입법을 남발하면서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이런 규제의 악순환을 끊지 않은 채 신산업을 지원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얘기는 공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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