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본인 또는 가족의 부동산 투기 연루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비례의원 2명은 출당하고 지역구 의원들에겐 탈당을 권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은 “무죄 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이나, 불가피했다”고 했다. 일단 흉흉한 부동산 민심 등을 감안한 정면 돌파 의지로 보인다.
권익위가 밝혀낸 유형은 세 가지다. 친족 간 특이 거래가 있거나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자가 채권자가 되어 과도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례 등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은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의원이다. 거주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무연고 농지를 취득하였으나 영농 흔적이 없는 사례 등 농지법 위반 의혹은 김수흥 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우상호 의원이다. 어떤 경위로 명의신탁이 이뤄지게 됐는지, 무연고 지역에 왜 땅을 샀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
가장 심각한 유형은 자신의 지역구 개발 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전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다.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의원이 해당된다. 민의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저지르고 잇속을 챙겼다면 파렴치가 아닐 수 없다. 엄정한 수사로 실체를 밝히고, 마땅히 그에 따른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상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탈당을 거부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권익위에 강제수사권이 없었던 데다 금융 거래 내역 제출에 협조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어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적 불신 해소를 위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선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개발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는 차명 거래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차명 거래는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셀프 조사, 면피성 조사라는 비판과 함께 이번 조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실질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명단 공개와 탈당 권유 등의 조치가 정치 제스처로 끝나선 안 된다.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하는데, 감사원에선 “국회의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단 전체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즉각 감사원에 청구서를 제출하고 감사원의 공식 입장을 듣는 게 순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흐지부지 넘어갈 경우 국민의 호된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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