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강한 심장 지닌 당신들을 응원한다[동아광장/최인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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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개성 다양성으로 무장
불안정해도 ‘나답게’ 살려는 MZ세대
역사의 새 흐름 이끈 건 젊은이들
창의성 무기로 구태 타파해 나가길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요즘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주로 만나고 일한다. 책방을 시작한 지 만 5년이 되면서 책방을 찾는 고객은 물론이고 협업하는 출판사와 기업도 늘었는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회의 상대는 젊은 친구들일 때가 대부분이다. 때론 아들이나 딸뻘일 때도 있다. 나이 차가 크게 나는 경우 나는 상사이거나 선배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구나 지금의 나는 책방을 하는 일개 자영업자다. 그들과 만날 때 내가 나이 많은 어른이라거나 대기업 임원이었다는 사실은 소환하지 않는다. 그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이렇게 생각도, 스타일도 다른 젊은 친구들을 만나고 일하면서 그들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이 하나 있다. MZ세대는 선진국 사람들 같다.

나를 비롯한 50, 60세대는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대에 태어나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고 겪었다. 우리의 오늘이 저절로 된 게 아님을 잘 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 부족하거나 모자란 점이 있어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거라고 말한다. 이만하면 괜찮으니 만족하자는 뜻이 아니라 나아진 세월을 경험한 만큼 앞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3만 달러 나라의 시민으로 자란 MZ세대는 비교 대상 자체가 다르다. 우리끼리의 ‘비포-애프터’가 아니라 바다 건너 선진국들이다.

선진국은 소득만 높은 게 아니다. 가치관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 한마디로 탈물질사회의 사람들이다. 물질을 좇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물질 이외에도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의미다. 빈곤과 물질 부족이 해결된 자리에 들어서는 풍요로운 사회이며 우리의 MZ세대들이 바로 그런 사회에서 자랐다. 부모들이 여전히 ‘물질’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좇을 때 그들은 다른 것에도 눈길을 주고 천착한다. 나다움, 개성, 자유, 독립, 다양성, 연대 같은 가치들…. 불안정하더라도 자유롭고 자기답게 살려는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이것이 우리나라 젊은 세대만의 특성일까? 그렇지 않다. 모종린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모 교수는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다’에서 여섯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부르주아를 제외한 다섯 라이프스타일은 전부 지배 계급인 부르주아에 대한 대항문화로 등장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부르주아 역시 이전의 지배 계급인 귀족 계급에 반해 등장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는 지배 계급에 대한 반문화였고, 변화의 주역은 그때마다 등장한 젊은 세대였다.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와 자기다움, 창의성, 다양성, 공동체 같은 가치로 무장하고는 부르주아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고 그만큼 세상은 조금 더 나아졌다.

우리의 MZ세대에 대해 느끼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어느 세대든 뛰어난 사람들이 있지만 MZ세대의 톱클래스는 이전 세대와 견주어 역량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이다. K팝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에 출간된 책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은 말한다. “우리의 90년대생은 세계화와 정보화의 세례를 모두 받은 첫 세대”라고. 그 능력으로 그들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통하는 콘텐츠 생산자가 되었다.

11일 우리나라 제1야당의 당 대표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고 그간의 돌풍대로 36세의 0선 젊은이가 대표에 올랐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라고.

한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해 반문화를 일으키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라이프스타일만 기존의 주류에 대항하는 건 아닐 것이다. 구태를 뛰어넘는 젊은 세대의 창의적인 생각과 강한 심장이야말로 앞 세대를 넘어설 강력한 무기다. 당신들을 응원한다. 586은 너무 오래 거기에 있었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창의성#나답게#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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