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겉핥기식 관평원 특공 조사, 철저한 수사로 전모 밝히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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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신청사가 ‘유령청사’로 남게 된 것이 관세청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서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는 국무조정실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조실에 따르면 2015년 10월 대전세관에 있던 관평원을 분리해 세종시에 새 청사를 짓기로 한 관세청은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대상 기관이 아니다’란 행정안전부 고시를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 2년 뒤인 2017년 말 행복청이 문제를 제기하자 관세청은 행안부를 설득해 고시를 개정하려고 시도하는 한편 “행안부가 긍정 검토한 후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허위문서를 행복청에 보내기도 했다. 이후 행안부가 ‘고시변경은 안 된다’고 관세청에 통보했지만 무시한 채 공사를 계속했다고 한다.

국조실이 밝힌 공무원들의 행태는 기강 해이와 모럴 해저드의 결정판이다. 거짓말과 직무유기를 거듭한 관세청은 말할 것도 없고 171억 원의 국민세금을 확인 없이 순순히 내준 기재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행복청, 행안부는 제때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세청의 위법행위가 드러난 뒤에도 제지하지 못했다. 민간 기업이라면 관련 부서의 책임자, 실무자 전원이 중징계를 받고도 남을 사안이다.

이번 특공 파문의 원인을 고의나 악의를 배제하고 공무원들의 허술한 업무처리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직원 특공 혜택을 노린 관세청 관계자들이 행안부 고시를 고의로 무시한 게 아닌지, 수사를 의뢰받은 국가수사본부는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행복청의 문제 제기 후 관세청이 고시를 고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등에 도움을 청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국조실 역시 관평원 직원 49명을 포함한 공무원 특공 전수조사를 한 점 의혹 없이 마무리해 공개하는 한편, 부당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유령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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