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그제 국민의힘이 의뢰한 소속 의원의 부동산 거래 전수 조사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18, 20대) 출신인 전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조사 업무에선 스스로 빠졌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의힘과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서 직무 회피 신청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 위원장이 직무 회피를 하지 않으면 직접 부동산 거래 특별조사단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 시스템상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는 없다”고 했지만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국민의힘이 이 설명을 수긍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권익위 조사 의뢰를 기피해온 명분은 전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여당 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이 주도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조사를 진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앞서 전 위원장은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비교섭단체 5개 정당이 부동산 거래 전수 조사를 의뢰했을 때는 즉각 직무 회피 신청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전 위원장이 5개 정당에 적용했던 정치적 중립 기준을 제1야당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기준이 대상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정치적 오해만 키울 뿐이다. 정의당이 나서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만 직무 회피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국민의힘에 조사 거부 명분만 줄 뿐”이라고 지적한 점만 보더라도 전 위원장의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권익위가 예정대로 조사에 착수하면 그 결과는 올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적으로 여야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대선 정국이다. 사전에 공정성 시비를 불식하지 못한 조사 결과는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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