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지 어제로 닷새째이지만 ‘30대 0선 대표’ 등장의 정치적 파장은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준석 현상’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따릉이 타고 다니며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미숙함의 한계를 드러내기만 기다리는 듯한 태도다.
청년 최고위원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등 내심 위기감을 느끼며 2030세대를 겨냥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긴 하다. 39세 이동학 최고위원은 “개혁 경쟁은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질 수 없다”고 했다. 그뿐이다. 왜 2030세대가 보수 야당의 대표 선출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어제 초선 의원들 모임인 ‘더민초’ 회의의 주된 이슈도 대선후보 경선 연기 찬반 논란이었다.
이런 식이면 민주당의 앞날은 암울하다. 이준석 현상은 낡은 정치를 깨부수라는 국민의 강력한 경고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 정도로 받아들이고 대선 유불리만 따질 때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같은 흥행을 위해 새로운 경선 방식을 도입하고 경선을 연기하자” “또다시 원칙을 깰 것이냐” 등 대선후보 선출 시기와 방법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민주당은 앞서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성찰과 혁신의 계기로 삼지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갔다. “조국의 강을 건너자”는 30대 초선 의원들은 5적(賊)으로 몰린 끝에 꼬리를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초선 의원 68명의 간담회는 1시간여 덕담을 주고받고 인증샷 찍고 끝났다. 종합부동산세 수정안은 당내 강경파의 “부자 감세” 반발에 밀려 우왕좌왕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기득권 꼰대 정당,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정당이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체 이미지 조사에서 “내로남불에 무능한 중년남”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야당이 불붙인 혁신 경쟁에 맞서 더 큰 혁신을 추동할 세력이 보이지도 않는다. 86그룹 중에 책임을 지고 용퇴하겠다는 인물 하나 없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에 대해 출당 및 탈당 권유 조치를 취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지도부가 속을 끓이는 실정이다. 송영길 대표는 “민주당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래 놓고 정권은 꼭 다시 잡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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