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57)가 7일(현지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음 달 20일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와 우주여행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0일은 인류의 첫 유인(有人)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린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자신이 2000년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첫 우주관광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에 나선다. 베이조스는 지구 표면에서 약 100km 떨어진 카르만 라인(K´arm´an Line)까지 올라가 수분 동안 무중력을 체험하면서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게 된다. 카르만 라인은 국제협약에 의해 지정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이다. CNN은 이번에 발표한 계획이 실행되면 베이조스는 우주를 다녀온 최초의 백만장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주 개발 트렌드인 ‘뉴 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다.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이 앞다퉈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IT산업에서 거대한 부를 창출한 이들의 관심이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기 위해 그동안 10조 원이 넘는 아마존 주식을 팔았다.
일론 머스크(50) 테슬라 창업주 겸 CEO는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2024년 첫 유인 화성 탐사선을 발사해 2050년까지 화성에 수만 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4월 스페이스X는 2024년에 인류를 달에 보내는 미 우주항공국(NASA·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민간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국에 베이조스와 머스크가 있다면 영국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71)이 있다. 그는 2004년 우주여행 사업을 위해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 BBC에 따르면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22일 유인 우주선의 우주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외신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은 베이조스에 앞서 7월 4일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여행을 위해서는 미 연방항공국(FAA)의 사업자면허를 받아야 해서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우주산업은 2040년 약 10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산업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산업 중에서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우주여행 산업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버진갤럭틱은 이미 우주여행 상품을 내놨다. 버진갤럭틱이 한 장에 20만∼25만 달러에 판매할 예정인 우주여행 티켓은 이미 600여 명이 예약했다. 베이조스와 다음 달 함께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티켓은 최근 전화를 통한 경매로 팔렸다. 480만 달러로 시작한 티켓은 159개국에서 약 7600명이 뛰어들어 7분 만에 마감됐다. 가격은 무려 2800만 달러(약 313억 원)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우주개발 경쟁을 보면서 누가 승자가 될지도 궁금하지만 이보다는 일반인들이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더 궁금하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경쟁하면서 우주여행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되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재사용 로켓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위성 발사 비용이 크게 줄었다.
베이조스는 경매 전 공개된 동영상에서 “지구를 우주에서 보는 일은 당신을 변화시킨다. 그것은 이 행성, 그리고 인류와 당신과의 관계를 바꾼다”고 했다. 백만장자가 아니어도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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