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에 따르면 감정과 인지적 사고는 항상 뒤엉켜서 상호작용을 한다. 그래서 경제적 의사결정과 행위에도 감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 행위의 집합소인 주식시장에도 감정이 영향을 미칠까?
예컨대 모멘텀(Momentum)과 역전 현상(Reversal)은 주식 시장에 잘 알려진 두 가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 둘은 투자자의 심리적 편향에 기인한 과소반응(Underreaction)과 과잉반응(Overreaction)의 결과다. 주식시장에서 모멘텀은 주가가 상승하고 있을 때 얼마나 더 상승할 것인지,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 얼마나 더 하락할 것인지 주가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단기 모멘텀은 주가 관련 정보에 투자자가 초기 과소 반응했을 때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며 나타난다. 긍정적 주가 정보에 과소반응을 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부정적 정보에 과소반응을 보인 경우는 연속된 주가 하락을 일으킨다.
모멘텀과 대조적으로 역전 현상은 매우 긍정적인 주가 정보에 과잉반응을 한 경우, 과대평가된 주가가 본질적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주가 상승이 하락으로 바뀌면서 나타난다. 반대로 부정적인 주가 정보에 과잉반응을 보이면 주가 하락 추세가 상승으로 바뀌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모멘텀과 역전 현상 같은 주식 시장의 이례적인 현상은 투자자의 감정이 실제로 주가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의 감정과 주식시장의 관계를 연구한 기존 연구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감정 중 하나는 두려움이다. 금융 위기를 겪을 때마다 시장에 만연한 두려움은 거대한 공포로 발전해 시장을 쑥대밭으로 전락시키고 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어렵게 한다. 반대로 기쁨이 지배하는 시장은 활황을 경험한다. 시장이 활황일 때 재무 분석가는 모멘텀이 강한 성장주를 선호하고, 역으로 침체기에는 성장주 추천을 꺼린다. 화창한 날씨에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개선되는 현상도 기쁨의 개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그리피스 교수팀은 두려움, 침울, 기쁨, 스트레스 등 네 가지 대표적인 투자자 감정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계량화해 이들이 주식수익률과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술과 문맥 분석을 융합해 기업과 기관, 인터넷 뉴스 미디어, 사회관계망 등 복수의 채널을 통해 수집한 일일 평균 200만 개 이상의 뉴스 기사에서 투자자의 네 가지 감정이 드러나는 요인을 추출했다.
추출한 네 가지 감정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시계열 분석으로 탐구한 결과, 예상한 대로 두려움, 침울, 스트레스는 수익률을 낮추는 효과, 기쁨은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두려움의 수익률 감소 효과는 기쁨의 수익률 증대 효과보다 약 1.7배, 침울과 스트레스의 수익률 감소 효과보다 4배 이상 컸다. 주식수익률의 변화가 네 가지 감정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했다. 즉 주식수익률이 증가하면 두려움, 침울, 스트레스는 감소했지만 기쁨은 커졌다. 감정과 주식수익률 간의 관계는 일방적인 인과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의미다.
더불어 주식시장에 네 가지 감정이 개입하면 수익률의 변동폭도 커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특히 예기치 않은 부정적 뉴스로 수익률이 변동하는 정도는 긍정적 뉴스로 인해 요동치는 변동성의 3배에 달했다. 주식수익률의 변동성에도 긍정적 뉴스보다 부정적 뉴스에 더 크게 반응하는 편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구 결과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감정이 투자 자산과 위험을 평가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투자자가 위험을 실제보다 더욱 비관적으로 평가해 불필요한 위험회피적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탐욕에 휩싸이면 위험을 과소평가해 지나친 위험추구형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두려움에 사고 탐욕에 팔라”라는 투자 격언이 허언이 아닌 이유다. 주식시장에서 생존하고 번창하려면 감정을 경계해야 한다.
본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월 첫째 호(322호)에 게재된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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