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장모 씨(54)는 코로나19가 터진 후 오프라인 쇼핑을 줄였다. 그 대신 야채와 과일은 생협의 주간배송, 일반 장보기는 쓰레기 배출량이 적은 업체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명절에는 부모님께 모바일 쇼핑 앱에서 홍삼과 화장품 선물세트를 골라 보내드렸다. 장 씨 같은 5060 베이비붐 세대가 ‘부머쇼퍼’로 불리며 온라인 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한국인 6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69.8%로 전년도보다 5.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0대(60.2%)와 60대(31.4%)의 이용률 증가폭이 16.1%포인트와 10.6%포인트로 두드러졌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머쇼퍼가 지난해 온라인에서 결제한 금액도 전년보다 29.6% 늘어났다. 같은 기간 2030세대의 온라인 지출액 증가율(15.4%)의 배가 되는 규모다.
▷부머쇼퍼는 전후 출산율이 급등할 때 태어나 인구비중(28%)이 높고, 고도성장기에 청장년기를 보내 자산을 가장 많이 축적한 세대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스스로를 3040세대로 여긴다. 그래서 자식이 쓰는 제품을 따라서 쓰는 ‘대올림’ 소비를 한다. 부머쇼퍼는 아날로그 세대지만 컴퓨터로 직장생활을 하고, PC통신으로 연애하며, 삐삐 시티폰 폴더폰 스마트폰을 두루 섭렵한 덕에 디지털 기술에도 익숙하다. 두둑한 지갑과 디지털 마인드가 코로나를 만나 홈쇼핑 고객에 머물던 부머쇼퍼를 온라인 시장의 주력부대로 밀어올린 것이다.
▷부머쇼퍼는 서른이 넘도록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 자식을 품고 살고, 따로 사는 노부모를 ‘원격 부양’하는 낀세대다. 3년 전 조사이기는 하지만 5060 10가구 중 7가구가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5가구 중 2가구 이상이 노부모에게 월평균 36만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한다. 손주가 있는 5060의 절반은 황혼육아를 한 적이 있다(미래에셋 은퇴라이프트렌드 조사보고서). 다 큰 자식과 노부모를 동시에 건사하느라 씀씀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함께 사는 자녀가 온라인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는 ‘멘토’ 역할을 한 것도 부머쇼퍼의 이커머스 진입을 도왔다고 한다.
▷유통업계에선 부머쇼퍼가 저출산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로 침체된 소비시장에 활력을 주리라 기대한다. 2030을 겨냥하던 업체들이 건강식품과 명품으로 품목을 늘리고, 모바일 앱의 글자를 키우고, 시니어 모델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다. 나이 들어서도 대접받는 게 싫을 건 없겠지만 언제까지 부머들이 주역이 돼야 하나. 소비시장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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