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경기가 회복 중인 시점에 경기 부양을 위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3%에서 4%까지 끌어올렸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태다. 한은은 ‘2021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의 위험도가 외환위기 직전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거품이 많다는 뜻인데, 지금은 돈을 풀 때가 아니라 돈줄을 조이고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세금이 33조 원 더 걷혀 재난지원금 재원이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추가 세수 대부분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 호황에 따른 일시적 효과다. 올해 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 이자만 20조 원에 육박하는데 추경에서 빚 갚는 데 쓰는 돈은 2조 원에 불과하다. 가계 살림도 이렇게 흥청망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 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양극화 우려는 커졌다. 대면 서비스 업종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취약계층은 공공 임시 일자리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20% 기업은 자금 사정이 좋아졌지만 나머지는 악화됐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곳이 있는 반면에 폐업 위기인 영세 기업도 적지 않다.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이 넘쳐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은 효율적 재정 집행이 아니다. 부유층에 몇십만 원씩 쥐여주는 게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세금이 더 걷히면 나랏빚을 우선 갚아야 한다. 가뜩이나 실업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부채 부담까지 떠안길 순 없다. 대선을 앞둔 선심성 돈 뿌리기를 빼고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설명할 요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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