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특수전전단(UDT) 김정호 준위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구조작전 때 48시간 동안 6차례나 깊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목숨을 건 잠수를 함께 했던 고 한준호 준위는 끝내 바다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동료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여러 차례 해외 파병에 지원해 임무를 완수해온 김 준위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의 제10회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홍도 인근 바위섬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들을 구조하다가 물속으로 사라진 통영해양경찰서 구조대의 고 정호종 경장, 가정학대 예방에 앞장서는 전주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최은해 경위 등 12명이 이번에 상을 받게 된 제복 입은 영웅들이다. 제복의 또 다른 이름은 ‘꿈’이다. 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이경열 경감은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꿈에 가까워져 행복하다고 한다. 그의 꿈은 고향을 위해 일하는 베테랑 형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복 영웅들이 일하는 과정에는 위험과 희생이 따른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 화재 때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은 화마(火魔)의 현장을 지키다 안타깝게 세상을 떴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도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제복 영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제복 영웅들이 있기에 안전한 일상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이들에 대한 존경과 추모가 부족한 측면이 있어 부끄럽다. 제복 입은 공무원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순직자의 명예를 높이고 유가족의 슬픔은 나눠야 한다. 제복 영웅들의 이름과 희생이 빛바래지 않도록 감사하게 기억하고 선양(宣揚)하는 게 우리 공동체가 할 일이다.
오늘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 71년 되는 날이다. 3년이나 강토를 피로 물들인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은 제복 영웅들이었다. 이들의 위국 헌신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의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의 신화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복 영웅들에 대한 보훈과 예우는 비단 국가나 정부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 모두의 존경과 보은의 마음이 모아져야 굳건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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