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는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를 가리키는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Service, Electrification)’로 요약된다. 우버 같은 기업은 차량공유를 사업화했고 전기차는 큰 물결로 자리 잡았다. 차량 통신 기술도 이미 일반화됐다.
가장 더딘 것은 바로 자율주행이다. 차는 여전히 운전자가 필요하다. 제한된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은 많은 기업이 선보였다. 그럼에도 실제 생활에서의 자율주행차 등장은 왜 이렇게 더딘지,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를 알려면 자율주행차 앞에 어떤 과제가 놓여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을 수 있다.
“비행하는 자동차가 레벨5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상용화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2년 전 얘기다. 레벨5 자율주행은 총 6단계(레벨0∼5)인 자율주행 기술의 최종 단계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수준. 도로 위엔 너무 많은 장애물과 변수가 있어서 도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수많은 돌발 상황을,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은 자율주행 실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는 인도 같은 나라의 도로 위는 하늘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문제, 차량이 운전자 상해와 보행자 상해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딜레마도 익히 알려진 문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제로화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비용과 효용의 문제도 있다. 승용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얼마 정도의 가격이어야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운전자도 이동하려고 차를 몰고 가는 것이라면,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정도일까. 기술의 상용화에는 ‘가성비’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에 쓰이는 라이다 같은 부품은 값이 비싸다.
그래서 자율주행은 상업주행 차량에서 먼저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컨테이너를 싣고 미국을 횡단하는 대형 트럭은 운전자라는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 차량에만 사람이 타고 뒤따르는 차량에서는 운전자를 없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바로 군집주행이다. 자율주행은 택시 서비스의 혁명을 부를 수도 있다. 이 대목에도 과제는 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의 반발이라는 사회적 이슈다.
최근 나오는 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3단계(레벨2)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한다. 운전대에서 일시적으로 손을 뗄 수 있지만 전방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돌발사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최종 단계에 이를 수 있는 시점은, 전방을 보지 않아도 되는 단계(Eyes Off·레벨3)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Mind Off·레벨4)를 거치면서 조금씩 눈에 보일 듯하다. 전문가들은 ‘레벨3’에만 도달해도 자율주행의 문은 연 것으로 평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