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싸고 SK브로드밴드와 벌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25일 넷플릭스의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들끼리 협의하도록 했다.
양사 간의 분쟁은 넷플릭스가 2019년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협상 요청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전송량(트래픽)에 따라 사용자를 차별하면, 모든 사용자를 차별 없이 대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해 회선 품질이 저하될 정도여서 망 증설이나 유지 보수에 쓰일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 연결에 관한 유상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셈이어서 그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하루 평균 국내 트래픽 비중은 국내 업체들을 압도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1.8%, 1.4%인 데 비해 구글은 25.9%, 넷플릭스는 4.8%에 이른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적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간 각각 700억 원, 300억 원씩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1심이어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국내 인터넷 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현실, 국내 기업이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타당한 결정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과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도 더 이상 무임승차에 기대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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