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설계의 ‘히든카드’, 주택연금[최재산의 노후대비 금퇴설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8일 03시 00분


최재산 신한PWM 여의도센터 PB팀장
최재산 신한PWM 여의도센터 PB팀장
집이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은퇴한 이들에게는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안식처로 더욱 중요하다. 요즘은 집에 하나의 기능이 더 추가됐다. 은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집을 활용할 수 있다. 집 가치만큼의 돈을 빌려 연금처럼 매달 나눠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본인 집에 살면서 매달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받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은행에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은 이를 토대로 가입자에게 주택연금을 지급한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수입이 없을 때 집을 통해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수는 8만1206명으로 1년 새 14.3% 증가했다.



○ 다른 연금과 달리 대출상품인 주택연금


주택연금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과는 다른 대출상품이다. 집을 담보로 한번에 목돈을 빌린 뒤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일반적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달리 대출을 상환하거나 사망해 집을 처분할 때 그간의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 ‘역모기지’다. 대출상품이기 때문에 연금소득세, 종합과세 등 세금을 따져볼 필요는 없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9억 원 이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월 수령액의 기준이 되는 주택가격을 평가할 때는 △한국부동산원 인터넷 시세 △국민은행 인터넷 시세 △공시가격(공시가격이 없으면 시가표준액) △최근 6개월 이내 감정평가액 등 4개를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고객이 원하는 경우 감정평가액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연금을 받는 방식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평생을 받거나 아니면 일정한 기간만 한정해 수령할 수 있고, 일정 금액을 동일하게 받거나 초기에 많이 받고 나중에 적게 받을 수도 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다음 달부터는 ‘증가형’ 주택연금도 나온다. 초반 지급액은 낮은 대신에 3년마다 일정 비율씩 월 수령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 가입 전 꼭 알고 있어야 할 포인트들


같은 가격의 집을 갖고 있더라도 매달 받는 금액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부부 중 어린 사람을 기준으로 금액이 산정된다. 예를 들어 60세에 5억 원의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신청한다면 한 달에 106만1000원(종신지급, 정액형, 올해 2월 1일 기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배우자의 나이가 50세면, 50세를 기준으로 산정돼 월 수령액은 61만1000원이 된다.

만약 중간에 이사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입 기간에도 이사를 할 수 있다. 새로 이사 간 집으로 담보를 바꾸면 된다. 다만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의 가격 차액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질 수가 있다. 기존 집보다 더 비싼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평가차액만큼 초기 보증료(1.5%)를 추가로 납부하고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싼 집으로 이사를 갈 때는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가격 차액과 대출 잔액을 비교해 산정하는데, 월 수령액이 줄어들거나 같을 수도 있다.

이달부터는 주택 일부를 세주고 있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으로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예전에는 2층짜리 단독주택 중 위층을 전세나 월세로 임대했다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신탁 방식 주택연금’으로 가입하면 보증금을 주택금융공사에 이전하고 월세와 함께 주택연금도 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집값이 오르면 월 수령액도 늘어날까


집을 담보로 잡히는 만큼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지면 매달 받고 있던 금액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가입한 날 매달 얼마를 받을지가 정해진다. 정해진 연금액은 가입 이후에 집값이 오르거나 내려도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주택을 갖고 있다면 일찍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최근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이미 가입한 주택연금을 중도해지하고 재가입하겠다’며 문의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중도해지를 하면 그동안 받은 연금과 초기 보증료 등을 한번에 상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동일한 주택으로는 3년 동안 재가입을 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이 더 이익인지는 각자의 상황과 경제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 주택연금은 앞서 강조한 대로 대출상품으로, 이 경우 차주 변경에 해당된다. 따라서 배우자에게 100% 승계가 된다. 부부가 모두 사망한다면 상속으로 진행이 되는데, 연금으로 받은 총금액이 주택처분가격보다 적으면 남은 차액이 상속된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오랫동안 돈을 받아 연금총액이 주택처분가격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주택금융공사가 상속인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물론 상속인이 연금총액과 이자 등 대출 잔액을 모두 상환하면 집을 처분하지 않고 인수받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돈을 받다가 상환하려고 하면 깜짝 놀랄 수 있다. 오랫동안 연금을 받아왔다면 그만큼 원리금이 불어나 그간 받은 연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연금은 상환을 생각하기보다는 원래 취지에 맞게 평생 본인의 집에 살면서 매달 연금을 받고 여유롭게 생활하다 자녀에게 남은 차액을 물려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들도 부모님이 집을 물려주는 것보다 집을 활용해 본인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여유롭게 가꿔 나가길 바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택연금이 모두에게 어울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딱 맞는 맞춤 셔츠처럼 은퇴 설계의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다.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주택연금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은퇴 설계#히든카드#주택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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