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금품 수수 의혹으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경찰의 현직 검사 사무실 압수수색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과 경찰 모두에 대해 우위를 점한 뒤로는 처음 보는 일이다.
경찰은 2012년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당시 김광준 부장검사가 조희팔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포착하고 김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수사지휘 검사가 영장을 기각해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 김 부장검사는 특임검사에 의해 수사받고 기소돼 중형이 선고됐다. 눈에 크게 띈 경우가 이 사건이었을 따름이지 그런 일이 적지 않았다.
올 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실시되면서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지시할 수 있을 뿐이다. 경찰은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지시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안이라 반려하지 못하고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권한과 책임은 커졌지만 신뢰는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경찰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으나 김 지사는 특검 수사 끝에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최근에도 법무차관을 지낸 이용구 변호사의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봐줬다가 담당 수사관이 입건되는 일이 있었다. 정부 실세들은 봐주고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검찰만 수사한다고 하면 정당한 수사마저도 신뢰를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은 검찰이 감시하는데 검찰은 누가 감시하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생기고 경찰도 현직 부장검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하게 됐다. 검사는 검사만 수사하는 나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공수처든 견제를 통한 상호감시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야 수사권 조정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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