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오늘은 중국공산당(중공) 창당 100주년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놓고도 우리는 1919년이 100주년이네, 아니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남의 나라, 그것도 건국도 아닌 집권당의 창당 100주년을 놓고 경사 났네 할 일인지 잠깐 고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신년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경하(慶賀)를 했다. 2020년 10월 시진핑이 “중국 인민지원군이 정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북한 인민과 군인들과 함께 싸웠다”며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라는 우리가 듣기엔 염장 지르는 말을 했는데도 말이다
(중국 헌법상 중국 군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닌 공산당의 군대다. 중국이 ‘참전’했다는 빌미를 안 주려고 인민‘지원군’의 탈을 썼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 건국 이래 일당독재, 축하할 일인가
‘색깔 빼고’(분명히 강조했다) 순전히 당(黨)만 보면, 중공은 더불어민주당의 전범(典範)일지 모른다. 작년 총선 9개월 전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은 중공 중앙당교에서 뭔가를 벤치마킹한다며 보도자료까지 뿌렸다. 민주당 청년조직인 전국청년당은 지난달 28일 중공 청년조직인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물론 중공 창당 100년을 기념해서다.
우리처럼 당명까지 수시로 바뀌는 나라에서 100년이나 그 이름을 유지해온 중공은 부럽기…라기보다 주목할 만한 정당인 건 분명하다. 집권당이 오래, 계속 집권하는 것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진심으로 축하할 일인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1조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 나라는 1949년 중공에 의해 건국됐고 72년째 영도 중이다(심지어 조선노동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73년째 영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일당독재라고 부른다.
● 리영희 제자 수십만이 나라의 주인이다
2012년 11월 15일 만면에 웃음을 띠고 중공 중앙위원회 총서기에 등극한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선언했다. 2017년 집권 2기 때는 창당 100년인 2021년에 샤오캉(小康·모든 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을, 신중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몽 달성을 또 선언했다.
2년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00년 집권론’을 밝힌 바 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이를 기반으로 2022년 대선에서 재집권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이 전개돼야 한다”는 거다. 어쩌면 지금 문 정권이 전개하는 모든 일이 바로 ‘100년 집권’으로 가는 대장정일지 모른다.
세계가 황당해하는 문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평가, 정권 수사 인력들을 모조리 좌천시킨 검찰 인사, 내 돈 아니니 마구 퍼준다는 황당 추경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아주 쉽게 이해 가능하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분명히 강조했다, 유머라고!) 따지고 보면 민주당과 중공은 묘하게 닮은 점이 없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 대통령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전환시대의 논리’ 저자 리영희는 “수십만을 헤아리는 전국의 ‘전론(轉論)’의 사상·정신적 제자들이 사회와 나라의 주인으로 자랐다”고 2006년 개정판 서문에서 자랑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배워볼 일이다. 창당 100주년을 맞아 외신이 쏟아낸 중공의 힘은 다음과 같다.
● 중공, 세상에서 제일 잘 적응하는 정당
소련은 1991년 공산당과 함께 붕괴했다. 거꾸로 중국은, 중공은 더욱 번창했다. 권력 유지를 위해선 뭐든지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잘 적응하는 정당이기에 소련보다 오래갔다는 게 ‘뉴욕 서평’의 분석이다.
중일전쟁 때 중공은 국공합작으로 되레 조직을 키웠다. 1970년대부터는 미국과 손잡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결국 소련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시장을 개방하면, 소득이 올라가면 자유도 강물처럼 흐를 거라던 서방의 기대는 착각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년마다 두 배씩 뛰어올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가 됐다. 이젠 개인정보 따윈 우습게 여기는 인권의식에다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감시 시스템으로 놀라운, 심지어 끔찍한 디지털 전체주의를 구현할 태세다.
● 이보다 더 무자비할 순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독재자들”이라며 첫째 비결을 무자비함이라고 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무자비한 진압이 단적인 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승전국은 미국 영국 소련과 함께 중국의 국민당 정부였다.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배한 이유가 부패하고 무능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일본의 엔도 호마레 쓰쿠바대 명예교수는 종전 무렵 만주국 수도 신징(지금의 창춘)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때 일곱 살짜리 꼬마였던 그는 1948년 5월 23일부터 10월 19일까지 5개월간 중공군이 창춘을 무자비하게 포위해 최소한 12만 명, 국민당 발표로는 65만 명이 굶어죽는 홀로코스트가 벌어졌다고 ‘모택동, 인민의 배신자’라는 책에서 증언했다. 시체가 산처럼 쌓이는 생지옥에 전세가 역전되면서, 중공군은 단숨에 중국을 제패하고 1949년 10월 마오쩌둥은 신중국 탄생을 선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면 전체주의냐
이런 중국 턱 밑에서 대한민국이 건국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것은 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문 정권이 최근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북한을 경유해 심지어 중국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우리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와의 싸움 속에 있다”고 지난 5월 미 공군기지에서 연설했다. “시진핑은 2035년 이전에 중국이 미국을 패배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독재체제에선 결정을 빨리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인권과 자유와 이상(理想) 위에 세워진 나라다.”
바이든이 특히 시진핑 앞에 자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2년 시진핑이 정적을 꺾고 중공 총서기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바이든이기 때문이다(이 부분은 다음번에 쓸 예정이다). 시진핑이 강박적으로 내부 통제를 하는 것도 어쩌면 중공이 ‘종이호랑이’이기 때문일 수 있다. 시진핑이 중공 간부들을 이끌고 충성맹세를 하는 비디오를 보라. 조폭도 아닌 최고지도자들이 당기(黨旗) 앞에서 “배신하면 죽는다”라니, 섬뜩하지 않은가.
● 2022년 대선, 중국처럼 될 것인가
그렇다고 중국과 상종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중국 앞에 작아질 것이 아니라, 중국처럼 일당독재로 갈 것이 아니라,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으로 본때를 보였으면 좋겠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는 2020년 논문에서 “대통령이 초집중화된 권력을 통해 통치해 삼권분립을 불가능하게 하고 법의 지배가 가능하지 않은 ‘전제정’적 상황을 만들어낼 위험이 크다”고 지적을 했다. 해답은 대통령 권력의 축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은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될 것이냐 아니냐의 선택일 수 있다. 삼권분립도 없고 법치도 없는 나라, 성인 인구 10%도 안 되는 최고 엘리트 공산당원만 출세할 수 있는 나라, 최고지도자에 대해 비판적인 소리나 생각을 하면 몸조심해야 하는 나라에선 정말이지 100년은커녕 100일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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