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환경에 자족하자는 선비의 평정심이 돋보이는 노래. 대문이라고 달랑 나무 하나 걸쳐 놓은 누추한 집이지만 얼마든지 편하게 지낼 수 있고 졸졸 흘러나오는 샘물로 허기를 채우지는 못해도 그걸 완상하는 것으로 주림을 감내할 수 있다. 옛 성현이 음식과 남녀관계를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라 치부하긴 했지만 결코 호사로운 식색(食色)을 탐하진 않았을 터. 사람들은 그런데 어쩌자고 황하의 방어나 잉어만을 먹으려 하고, 왜 하필 제나라나 송나라의 귀한 가문의 딸을 배필로 얻으려 하는가. 노래의 근저에는 소박함을 간직하되 작위적인 욕심은 배제하라는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가난한 생활에도 마음을 편히 하고 도를 즐기라는 공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 사상이 두루 엿보인다. 노자나 공자의 철학에 공감한 어느 선비가 만들었는지 아니면 이 노래가 먼저 나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
진풍(陳風)은 진나라 민요인데 이 가사는 여느 민요에 비해 사뭇 이질적이다. 원시 농경사회에서 팍팍한 삶을 살았을 필부필부가 과연 이런 식의 인생관을 거리낌 없이 노래할 수 있었을까. 물욕과 사랑에 갈등했던 한 선비가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만들었거나 호사를 탐하는 선비들의 속물근성을 비꼬려 만든 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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